“장기실업에 생산능력 떨어질수도”···‘V자 반등’ 선그은 파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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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회복 속도 극도로 불확실···코로나 극복에 달려
올 미 실업률 9.3%·성장률은 -6.5%  ‘느린 경기회복’
금리상한제 이르면 9월 도입·마이너스 금리는 없을듯

제롬 파월(사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경기회복 속도가 극도로 불확실하다며 지금의 제로금리를 오는 2022년까지 유지하고 국채와 모기지채권 보유량을 계속 늘려나가겠다고 밝혔다. 기존의 장기침체론을 재확인한 것으로 ‘미국 경제는 V자 회복보다 더 대단한 로켓십’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견해와 배치된다. 10일(현지시간) 연준은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뒤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0.00~0.25%로 동결했다. 연준은 “경제가 최근의 사태를 극복하고 최대 고용과 물가안정이라는 목표 달성의 궤도에 올랐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지금의 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파월 의장은 월가와 백악관 등에서 제기되는 경기 바닥론 시각에 대해 일부 지표상의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큰 틀에서는 되레 이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지난 5월 들어 소매상품과 자동차 판매, 고용 같은 일부 지표가 안정화하거나 완만하게 반등하고 있다”면서도 “많은 가구가 정부의 직접 지원과 실업급여를 받고 있지만 아직 가계가 살아나지 못했다. 실업률은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며 수요가 부진해 소비자물가 상승을 억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회복속도는 극도로 불확실하며 상당 부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며 “모두가 정상으로 돌아가기를 원하지만 사람들이(외부활동이 안전하다는) 자신감을 갖기 전까지는 완전한 회복이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50만개의 일자리가 늘어난 5월 고용보고서에 대해서는 “보고서를 보면 고용시장은 5월에 바닥을 쳤을 수 있지만 노동통계국의 오류를 감안하면 실제 실업률은 13.3%에서 3%포인트가 올라간다”고 평가절하했다. 이어 “많은 이들이 광범위하게 올해 하반기의 경기회복을 점치고 있다”며 “이것은 가능한 일이지만 우리는 데이터 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에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예전 직장에 돌아가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파월 의장의 생각이다.

연준이 내놓은 경제전망을 보면 빠른 경기회복이 쉽지 않다는 점이 드러난다. 올해 미국의 실업률은 9.3%로 내년에 6.5%를 거쳐 2022년에도 5.5% 수준을 유지한다.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의 실업이 유지되는 셈이다. 파월 의장은 이날도 장기실업과 기업 도산에 미국의 생산능력이 중장기적으로 떨어질 수 있으며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연준이 올해 9.3%의 실업률을 제시하면서 느린 경기회복을 예측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경제성장률도 올해 -6.5%에서 내년에 5.0%로 반등하지만 2022년에는 다시 3.5%로 내려간다.

금리정책에 중요한 판단 요소 가운데 하나인 물가상승률도 2022년까지도 연준의 목표치인 2%를 밑돈다. 파월 의장이 “금리 인상에 대한 생각조차 없다”고 한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파월 의장은 추가지원 가능성을 또다시 언급했다. 그는 보유자산 확대계획과 함께 국채금리의 상한선을 정해두고 금리가 그 이상으로 올라가면 무제한으로 채권을 사들여 목표 수준을 맞추는 금리상한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이 금리상한제를 공식 언급한 만큼 이르면 9월에 도입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마이너스 금리 카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점도표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제시한 위원이 없었다.

이와 별도로 파월 의장은 빠른 증시 상승에 대해 “연준은 시장이 작동하게 하는 게 목적이지 특정 자산가격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고 말해 연준의 유동성은 증시부양용이 아니며 거품론에 따른 금리 인상 가능성도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미 노동부는 지난주(6월1~5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154만2,000건을 기록했다고 11일 밝혔다. 지난 3월 넷째 주 687만건으로 정점을 찍은 후 10주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150만건이 넘는 일자리가 줄었다는 점에서 고용한파 우려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뉴욕=김영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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