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최초 노벨문학상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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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일 시카고서 강연하는 고정욱 아동문학작가

 

오는 4월 1일 오픈하는 팰러타인 소재 벧엘장로교회내 ‘벧엘 북카페’(399 N. Quentin Rd.) 개관행사에서 ‘더불어 가는 세상을 위하여’란 주제로 강연하는 고정욱(58, 사진) 아동문학작가는 1살 때 앓은 소아마비로 평생을 지팡이와 휠체어에 의존해 살아온 1급 지체장애인이다.

그는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소망을 담은 ‘가방 들어주는 아이’(100만부), ‘아주 특별한 우리 형’(70만부), ‘안내견 탄실이’(30만부) 등 동화작품집을 지난 20년간 277권 발간했고, 연 300회 이상 강연을 다니는 베스트셀러 동화작가이자 인기 강사로 자리매김했다.

어린 시절의 자신과 같은 장애인을 치료하는 의사를 꿈꿨으나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의대 입학이 좌절된 후 성균관대학 국문학과에 진학해 박사학위까지 취득했다. 하지만 장애를 이유로 교수임용을 거부한 대학들로 인해 상처만 받고 끝내 교수가 되진 못했다. 공부하는 틈틈이 습작에 몰두한 끝에 1992년에는 단편소설로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당선, 등단했다. 결혼후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들이 읽는 동화책이 마음에 들지 않아 직접 쓰기로 결심하고 본격적인 아동문학작가의 길을 걷게 됐다.

고정욱 작가는 “다문화 가정을 소재로 쓴 ‘레인보우합창단’이 작년 7월에 가족음악극으로 재탄생해서 공연이 됐다. 그때 시카고에 거주하는 김미경 교육운동가가 공연을 보고 내게 팬이라고 밝히며, 다음에 꼭 시카고로 초청해 강연을 듣고 싶다고 했는데 정말 자리가 마련돼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지금의 삶을 누리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희생, 도움, 헌신이 있었다. 타인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사는 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삶이라고 믿는다. 강연을 통해 시카고 어린이들에게 세상은 나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이웃, 사회, 환경과 더불어 사는 것이라고 알려줄 것”이라고 전했다.

고 작가는  “언어는 생각과 능력의 한계를 규정지을 만큼 중요한 것이다. 미주동포 어린이들이 한국어 책을 다독한다면 한국 문화를 지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4월에 강연을 마친 후 시카고 어린이들에게 더 많은 한국 아동서적이 전달되는 길을 모색하는데 힘을 보탤 예정이다. 한국의 뿌리를 가지고 양국을 아우르는 인재로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은 미래의 주인공이자 희망입니다. 그들이 내가 쓴 동화를 읽고 어른이 됐을 때 절대 장애인을 차별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또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성숙한 인격체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동화를 계속 쓰고 있습니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나같은 장애인을 만나서 직접 이야기를 듣는 것이 무엇보다도 큰 교육이라고 믿기 때문에 힘들어도 활발히 강연을 다닙니다.”

그는 “20년 가까이 동화작가로 활동하면서 장애인에 대한 사회인식이 많이 변한 것을 실감한다. 1999년, ‘아주 특별한 우리형’ 작품이 베스트셀러가 됐을 때만 해도 장애인의 교육과 결혼 등에 많은 제약이 있었으나 지금은 많이 나아졌고, 계속 나아지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해야한다. 앞으로도 계속 장애인에 대한 작품을 쓰고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정욱 작가는 “277권의 책을 낸 전업작가가 됐고, 가족들을 부양할 수 있게 되는 등 많은 것을 이뤘다. 내 목표는 죽는 날까지 500권의 책을 내고 장애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전인미답의 길을 걸으며 사람들에게 불가능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바람을 전했다.<신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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