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성경상식] 스타디움보다 컸던 성전, 그리고 교회 건물은 성전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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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원 목사(시카고언약장로교회 담임)

 

요즘 COVID-19 사태로 교회 건물에서 예배를 드리지 못해 ‘성전이 그립다’고 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그렇다.우리는 교회를 ‘성전’이라 부른다. 그러나 이런 호칭은 사실 메타포일 뿐이다. 교회 건물은 성전이 아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성전’은 주후 70년 로마에 의해 무너져 내린 이후 더 이상 이 세상에 실존하지 않게 된 옛 건축물이다. 지금은 그 서쪽 벽의 극히 일부분만 남아서 ‘통곡의 벽’이라 불리고 있다.

요한복음의 예수께서 자신의 부활을 암시하면서 성전을 헐면 사흘만에 다시 일으키리라고 했을 때 그 말을 들은 유대인들이 “이 성전은 사십육 년 동안에 지었거늘 네가 삼 일 동안에 일으키겠느냐?” 힐난한다(요 2:20). 그러나 솔로몬이 성전을 건축하는데 걸린 기간은 7년이었다(왕상 7:38). 그리고 그 솔로몬성전은 바벨론의 침공으로 무너졌고(주전 586/7) 귀환 후 스룹바벨과 예수아의 지도 아래 가까스로 재건되어(주전 515/6) 처음 것에 비해 미미하나마 다시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스 6:15). 흔히 이 재건된 성전을 제2성전이라 부른다. 그렇다면 46년씩이나 걸렸다는 예수 시대의 성전은 무엇인가?

초라했던 것으로 보이는 제2성전을 에돔 출신의 헤롯대왕이 집권하면서 유대인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보수와 증축을 시작했다. 뜰(court)들을 늘려가고 본래 없었던 행각(行脚)등의(행 3:11)그리스식 건축물로 외양을 꾸몄다. 얼마나 장엄하고 수려했는지 갈릴리에서 온 촌사람들인 예수의 제자들이 입을 벌리고 감탄을 거두지 못했다(막 13:1; 눅 21:5).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이 예루살렘을 한번 방문하면 그 성전의 웅대함과 수려함에 감복하여 온갖 수사를 동원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한다.

원래 유대인들은 유월절, 오순절, 초막절 3대 절기에예루살렘 성전에 올라가 율법에 정한 희생제사를 드리도록 되어 있었다. 예수께서 살았던 갈릴리 변방을 기준으로 할 때, 왕복 여행에 걸리는 시간과 성전에 들어가기 전에 필요한 정결례의 일주일을 포함해 최소한 3주가 필요한 방문을 일년에 세 번씩 어기지 않고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유월절에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학자들에 따르면 당시 유월절에 보수적으로 잡아도 3~50만 정도의 인구가 예루살렘 성전에 모였던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을 다 수용했을 성전의 전체 크기는 실제로 어느 정도였을까? 고대 문헌의 기록과 고고학적 증거들을 종합해 보면 관중석의 스탠드를 포함하는 영국식 축구장 12개 정도의 규모였다고 한다(E. P. Sanders, Judaism, 1992, 58쪽). 이래도 이삼백명 들어가는 예배당을 성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신약에 와서 성전은 예수 자신(요 2:21), 그리스도인(고전 6:19), 교회 공동체(엡 2:21-22)를 가리키는 메타포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아직 오늘날과 같은 교회 건물이 없던 신약시대에 교회를 뜻하는 그리스어 ‘에클레시아’는 단 한 번도 건물을 가리키는데 사용된 적이 없었다. 교회는 항상‘사람’이었다.교회가 모이는 건물이었기에 후대에 예배당이 교회라 불리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교회 건물을 성전이라고 하려면 뭔가 꺼림직하다. 오늘날 교회 건물은성격상, 단 하나 밖에 없었던 성전 보다는 여러 지역에 세워졌던‘회당’과 더 비슷하다. 어쨌든 빨리 다시 교회에 모여 예배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