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비 상승에 주택 시장 지형도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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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상승의 3분의1 비중차지, 서민가계 부담 갈수록 가중
임대로 몰리며 렌트도 급증

고공행진 중인 집값과 렌트비를 동인으로 거침없이 오르고 있는 주거비의 상승세가 서민 가계 부담으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 주택 구매 수요를 위축시키고 렌트비 상승 원인으로 작용하는 등 주택 시장의 판도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12일 뉴욕타임스(NYT)는 주거비 상승으로 경제적 부담을 느낀 젊은 세대 중심의 주택 구매 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임대 수요로 남게 됨에 따라 임대료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연방 노동부가 밝힌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같은 달에 비해 7%나 급등하면서 3개월 연속 6%대를 초과한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물가 상승을 주도한 것은 전체 CPI에서 3분의 1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주거비다.

지난해 12월 주거비는 전월보다 0.4%, 전년 같은 달에 비해 4.1% 각각 올랐다. 이는 2007년 2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이다.

주거비 속성상 상승세가 완만하지만 한번 오르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주거비의 상승세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신문은 전망했다.

주거비 상승세의 동력은 단연 주택 가격이다. 지난해 고공행진을 유지하고 있는 미국의 주택 가격은 주택 시장을 호황세를 이끈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준 반면 생애 첫 주택 구입을 하려는 밀레니얼 세대들에게는 구입 장벽으로 작용하는 부정적인 측면도 갖고 있다.

높은 주택 가격으로 구매력의 한계를 보인 젊은 층의 주택 구매 수요자들이 임대 시장에 잔류하면서 임대료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공급난이 주택 건설에도 미치면서 신규 주택이나 아파트 건설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어 주택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진 상황이다.

월스트릿저널(WSJ)에 따르면 공급난으로 주택 건설 자재 조달이 지연되면서 완공이 안 된 주택에 입주하는 사태가 늘어나는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파트먼트 리스트’의 이고르 포포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시장은 의자 먼저 앉기 게임과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주택 자재 부족으로 앉을 의자가 부족함에도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수는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높은 주택 가격이 주택 구매 수요자들에게 일종의 진입 장벽이 되면서 주택 수요를 억제해 올해 주택 시장의 판매와 가격 상승세는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주택 구매를 포기한 수요층들이 임대 시장에 잔류하면서 임대료를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해 올해 임대료 상승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의 근거가 되고 있다.

하지만 주택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주거비 상승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올해 들어서도 520만여채의 주택이 부족한 상황이라 주택 구입 여건이 좋지 않아 높은 집값이 임대료 상승 원인으로 작용하고 이는 주거비를 끌어 올리는 악순환은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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