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파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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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 목사(두란노침례교회 담임/시카고)

 

1900년 초, 제정 러시아 때 있었던 일입니다. 흉년이 길어지면서 파슈의 부모는 시베리아로 이주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런데 이동 중 부모는 콜레라에 걸려 죽고 맙니다. 8살짜리 파슈는 그 와중에 두 살 많은 누나와도 헤어져 혼자가 되고 맙니다. 그러다 강도들에게 잡힌 파슈는 그들 틈에서 자라는 동안 도둑질과 살인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고, 어느 새 그 끔찍한 짓이 일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8년을 보낸 어느 날, 그날도 한 행인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고 물건과 의복을 강탈합니다. 돌아와 행인의 짐을 푸는데 그 속에서 신약 성경을 발견했습니다. 성경책은 담배말이 종이로 쓸 목적으로 보관해두었습니다. 그날 밤 파슈는 친구들 몰래 성경책을 만져보았습니다. 성경책을 보는 순간 어릴 적 가족들과 함께 교회 가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성경책을 펼쳐보았습니다. 로마서 3장이었습니다. 말씀을 읽어내려갔습니다.

“기록한바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으며 깨닫는 자도 없고 하나님을 찾는 자도 없고 다 치우쳐 한가지로 무익하게 되고 선을 행하는 자는 없나니 하나도 없도다. 저희 목구멍은 열린 무덤이요 그 혀로는 속임을 베풀며 그 입술에는 독사의 독이 있고 그 입에는 저주와 악독이 가득하고 그 발은 피 흘리는 데 빠른지라 파멸과 고생이 그 길에 있어 평강의 길을 알지 못하였고 저희 눈 앞에 하나님을 두려워함이 없느니라….”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같아 읽기를 그친 파슈는 문득 성경책 주인이 궁금해져서 뒷부분을 들쳐봅니다. 손글씨가 적혀있습니다. “1898년 5월 15일 나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믿고 모든 죄를 회개하여 새 사람으로 거듭났다. 이 날 주께서 내 죄를 용서하시고 그의 보배로우신 피로 나를 깨끗하게 하셨다.” 성경이 더 궁금해집니다. 다시 펼쳐보니 누가복음 23장이었습니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이 함께 달린 강도 중 하나를 구원해주시는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파슈는 그날 밤 잠을 못 이룹니다.

다음날 파슈는 친구들에게 간밤에 성경 읽으면서 경험한 신비한 감정을 들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읽었던 말씀을 읽어줍니다. 그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파슈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 겁니다. 그러다 무릎을 꿇고 회개 기도를 드리기 시작했습니다. 파슈의 갑작스런 행동을 한동안 바라보던 친구들도 하나씩 울며 회개하기 시작했습니다. 말씀을 통해 부활하신 주님의 영이 파슈와 친구들에게 임하신 겁니다. 파슈와 친구들의 짐승같은 심장에 변화의 물결이 일었습니다. 기적이 일어난 겁니다. 그날 바로 파슈와 친구들은 자수하고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단했습니다. 감옥에 갇혀서도 파슈는 계속해서 성경을 읽었고, 자신을 만나주신 부활하신 예수님을 죄수들에게 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름도 바울로 바꿨습니다. 형을 선고받고 각자의 감옥으로 이감되기전 바울과 친구들은 다신 죄 짓지 말고 복음을 전하며 살자고 결단합니다.

바울이 평생 손에서 놓치 않았던 성경책 앞면엔 이런 손글씨가 적혀있습니다. “주님의 사랑을 누린 형제여,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나를 용서해주시길 바라오. 형제의 생명을 빼앗았을 당시의 나는 내 죄로 죽어있던 사람이었소. 그런데 부활하신 주님께서 나를 용서해주시고 내게 새로운 생명을 주셨다오. 형제의 때 아닌 죽음은 나뿐 아니라 수많은 죄인들과 살인자들을 영원한 생명으로 이끌어주었소. 형제가 읽던 이 성경책이 생수처럼 내게 흘러들어 나의 딱딱했던 심장을 녹여주었고, 내 목마름을 해갈해주었으며, 더 멀리 흘러가서 다른 영혼들에게도 생명을 준 거라오. 형제를 통해 날 구원하신 부활의 주님께 찬양을 드립니다. 아멘!”

파슈처럼, 부활의 주님을 만난 사람들은 반드시 삶의 변화를 체험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