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프로 못지 않은 아마추어 클래식 연주자들의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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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희(인디애나 음대 반주과 객원교수)

코로나로 몸과 마음이 지쳐 있는 이 시기, 우리의 생활 속에서 음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더욱더 깨닫고 있는 요즘이다. 비단 많은 음악가들 뿐 아니라 음악을 사랑하는 미국의 많은 생활예술인들을 보며 이 점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삶 속에서 음악을 즐기며 함께 노래하고 연주하고, 때로는 아마추어 콩쿠르 출전 등으로 음악을 깊숙이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미국에서는 한국과는 다른 방식으로 생활 속에서 음악을 찾을 수 있는데, 그중 하나가 미식축구이다. 미식축구는 학교 동문들 뿐만 아니라 그 지역 주민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으며 학교의 역사, 지역의 자랑으로써 사회 내에 깊숙이 자리해 있다. 미식축구의 열기와 더불어 경기가 치러질 때 공연되는 마칭 밴드 연주 또한 인기가 굉장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이 자연스럽게 관악기 하나씩을 다룬다. 개인 레슨을 따로 받은 경험 없이 독학으로 악기를 익힌 학생들도 꽤 있다. 경기 하프 타임 중 선보이는 마칭 밴드 공연은 멋진 볼거리를 제공한다. 다양하게 대형을 변형하며 온갖 악기로 화려한 공연을 하는데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백 명이 연주하기도 한다. 똑같은 옷을 입은 많은 밴드 단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도 앙상블이 흐트러짐이 없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이다. 마칭 밴드의 단원들은 멋진 공연을 위해 함께 매일 연습하며, 밴드의 일원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대학에서도 음악을 전공하지는 않지만, 마칭 밴드의 단원으로서 수업이 끝나고 매일 연습하는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미식축구의 마칭 밴드는 스포츠 열기에 힘입어 생활 속에서 대중들이 음악을 재미있게 경험할 수 있는 좋은 예라고 볼 수 있다.

지역마다 아마추어 합창단이 많은데, 미주리 세인트루이스의 아마추어 합창단은 프로 못지 않다. 대략 120여명의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매주 월요일 저녁에 모여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 간다. 아카펠라, 교회 음악, 흑인 영가 등 여러 장르의 노래를 선사한다. 물론 오디션을 거쳐서 선발되어야 들어갈 수 있지만, 전공자가 아닌 학생, 회사원, 의사, 간호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음악에 대한 열정을 일상생활 속에서 함께 나누고 있다. 매년 크리스마스에는 2,600여 석의 파웰 홀에서 콘서트를 열며 2월에는 세인트루이스 오케스트라와 함께 공연을 한다. 1880년 창단된 세인트루이스 오케스트라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전문 오케스트라이다. 세인트루이스 아마추어 합창단은 해마다 여러 차례 지역 사회를 돌며 누구나 음악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무료 음악회를 열어 시민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고 있다.

콩쿠르하면 음악을 전공하는 사람들만 출전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음악을 사랑하는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아마추어 피아노 콩쿠르가 있다. 1999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된 클라이번 아마추어 피아노 콩쿠르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의 아내 넬라 루빈스타인의 요청으로 만들어졌다. 35세 이상의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비전공자로서 피아노를 연주하거나 가르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지 않는 사람들만 참여할 수 있다. 이 콩쿠르의 주된 취지는 일상생활 속에서 음악을 만드는 것의 중요함에 두고 있다. 1999년부터 2020년까지 8번의 콩쿠르가 개최되었으며, 음악을 사랑하는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15-20분 분량의 피아노 연주 동영상을 온라인으로 제출하고, 그 중에서 48명의 아마추어 피아니스트들이 선발되어 텍사스 댈러스에서 라이브 오디션을 치르게 된다. 실제 콩쿠르에서는 세 차례에 걸쳐 경연이 이뤄지며, 1-3등에게는 상금이 수여된다. 피아노를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피아노를 꾸준히 연습하는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값진 무대 경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한 청중들 역시 참가자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우리의 생활 속에서 가까이 경험할 수 있는 따뜻한 연주를 감상할 수 있다. 오늘은 오랫동안 쳐보지 않았던 악보를 꺼내서 피아노를 연주해 봄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