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증오범죄 온상된‘극우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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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밤 텍사스주 엘패소의 총기난사 현장에서 주민들이 모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AP]

■ 이슈분석/백인우월주의자 잇단 테러 공통점

‘외로운 늑대’는 옛말
FBI 수사 테러사건 40%
대다수가 백인우월주의

주말 사이 텍사스주와 오하이오주에서 발생한 대규모 총기참사로 총 32명이 숨지는 등 최근 미 전역에서 총격사건이 전염병처럼 확산되면서 자국민에 의한 테러, 특히 백인우월주의·인종차별주의에서 기인한 혐오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그간 당국이 ‘이슬람 극단주의자’나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에만 집중한 사이 온라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혐오 세력들이 서로 테러를 부추기는 유해한 환경은 사실상 방치해 온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릿저널(WSJ)은 연방수사국(FBI)을 인용해 미국 내에서 발생하는 테러 중 극단주의적 이데올로기에 영향을 받은 백인 남성들에 의한 테러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FBI에서 수사 중인 테러 사건 850건 중 약 40%가 인종적 동기를 가진 극단주의자의 소행이며, 이들 중 대다수가 백인우월주의자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테러가 잦아지는 배경에는 극우 성향 사이트 내에서의 ‘증폭 효과’가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에이트챈’(8chan) 같은 폐쇄적인 사이트에서 이용자들이 백인우월주의적 사상을 공유하면서 서로가 서로의 범죄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실제로 텍사스주 엘패소 총격범과 지난 4월에 발생한 샌디에고 카운티 포웨이의 유대교회당 총격범은 지난 3월 발생해 50명의 목숨을 앗아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테러범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토안보부 차관보를 지낸 줄리엣 카이옘은 이날 워싱턴포스트(WP)에 ‘외로운 늑대는 없다’라는 기고문을 통해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그는 “백인 민족주의자들은 온라인을 통해 그들의 분노를 극대화하고, 동일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힘을 얻는다”며 과거처럼 홀로 쌓아온 분노를 바탕으로 단독 범행을 저질렀던 ‘외로운 늑대’ 테러와 최근의 ‘백인우월주의 테러’는 양상이 다르다고 진단했다.
WSJ는 이와 관련 정치권 등 일각에서는 “FBI가 이슬람 테러리즘과 싸우기 위해 사용해 온 방대한 자원 일부를 미국 내 ‘혐오 세력’ 억제 투입하는 데 너무 늦었다”고 비판하고 있다고 전했다. 1990년대만 해도 백인우월주의 세력 대응에 상당한 자원을 투입했던 FBI가 2001년 9.11 이후 ‘대 이슬람 극단주의’로 노선을 바꾸고서는 다시 전략 수정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떠난 로드 로젠스타인 전 법무차관도 “법무부가 대테러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지만, 모든 테러를 동등하게 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고 WSJ는 전했다. 엘패소 사건 직후인 3일에도 로젠스타인 전 차관은 트위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슬람 테러리즘 이데올로기와 마찬가지로, 본인이 ‘백인 테러리즘’ 역시 용인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하게 밝혀서 (이들을) 억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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