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기업 탄탄” VS “더 많은 고통” 기술주 버블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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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장 와중에 만난 과속방지턱···20~25% 더 오른다”
“FAANG 3년여만에 270% 폭등···추가조정 불가능 아냐”
낙관-비관론 팽팽···”장기냐 단기냐 투자자들 선택 기로”

세계 최대 사모펀드(PEF) 그룹인 블랙스톤의 바이런 윈 부회장이 8일(현지시간) “현재 미국 증시는 닷컴버블과는 다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증시와 실물경제는 괴리되지 않았다”며 “인터넷 관련주들은 재택근무에서 이익을 얻었으며 개인투자자들이 추가로 증시를 신고점으로 끌고 왔다”고 덧붙였다.

월가에서는 지금의 증시에 거품이 끼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지난 1999년 닷컴버블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애플만 해도 5세대(5G) 이동통신 수요가 뚜렷하고 아마존 같은 기업 역시 놀라운 수준의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제이 초프라 트리니티벤처스 제너럴파트너는 “1990년대 후반 버블 당시에는 매출이 없어도 기업공개를 하고 자금을 끌어모았다”며 “그로부터 20년이 흘렀고, 현재는 벤처캐피털이 잘 돼 있어 매출이 확실하면서 자리 잡힌 기업들이 나스닥에 온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향후 증시 방향에 대해서는 여전히 전망이 엇갈린다. 뉴욕증시가 요동치기 시작하자 현재 증시가 과도하게 오른 상태이며 하락압력이 금세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요 기술주는 더한데 2017년 1월 이후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 주식은 270% 넘게 오른 반면 같은 기간 전반적인 증시 상황을 보여주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55% 상승했다. 리엄 돌턴 악시옴캐피털매니지먼트 창립자 겸 회장은 “엄청난 유동성에 기관투자가들은 기술주를 선호했고 개인투자자들은 상승장에 동승하기를 원했다”면서 “개인들이 뒤늦게 옵션투자를 통해 뒤쫓아 들어왔는데, 투자자들은 증시 조정 기간이 길어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로젠버그 로젠버그리서치 창업자도 “증시 하락압력은 당분간 누그러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5~10% 안팎의 추가 조정 얘기도 끊이지 않는다. 산디프 바가트 휘티어트러스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금보다 5~10% 하락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미 버블이 터지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마이클 노보그라츠 갤럭시디지털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콜옵션의 대량 구매자가 소프트뱅크였다는 것을 모두 알게 됐을 것”이라며 “우리는 투기 광풍에 빠져 있었고 투자자들은 이제 더 많은 고통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추가 상승을 점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 매니징디렉터는 “기술주 하락은 상승세로 가는 도중의 스피드 범프(speed bump·과속방지턱)”라며 “나는 여전히 다음 6~9개월간 ‘FAANG’ 주도로 기술주가 20~25% 오를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진 먼스터 루프벤처스 공동창업자 역시 “애플만 해도 5G는 부인할 수 없는 큰 수요”라며 “이번 조정은 필요한 것이며 기술주의 후퇴는 매수의 기회”라고 말했다. 낙관론에는 기본적으로는 넘치는 유동성이 여전히 증시를 떠받칠 것이라는 논리가 흐르고 있다.

S&P500 편입 실패와 대규모 유상증자로 주가가 폭락한 테슬라도 길게 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리트홀츠자산운용의 벤 칼슨은 “테슬라 주가 급락으로 패닉에 빠진 투자자들은 애플과 아마존·월마트의 주가 흐름을 볼 필요가 있다”며 “애플은 1980년대 초부터 따지면 12만% 상승했는데, 이 과정에서 세 번에 걸쳐 75% 이상 폭락하기도 했고 여러 번 반토막이 났다”고 전했다. 1997년 이후 17만%나 상승한 아마존 역시 주가가 95% 정도 폭락한 경우도 있었으며 30% 하락은 다반사였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은 단기투자냐 장기투자냐를 정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조언한다. 11월 대선이 두 달도 남지 않은데다 대선 전후 미중관계가 추가로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증시 변동성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이크 파일 블랙록 CIO는 “기본적으로는 주가가 하락할 수 있는 엄청난 불확실성이 있다”며 “학교가 다시 문을 열고 경제가 더 큰 폭으로 재개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문제가 있을 것이고 추가 경기부양책이 언제 통과될지에 대한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 JJ 키너핸 TD아메리트레이드 최고시장전략가도 “투자자들은 자신의 투자가 앞으로 몇 주 동안의 단기적인 것인가, 아니면 장기투자의 일부분인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뉴욕=김영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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