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긴축 사이클 마감···경기둔화 미리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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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하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AP]

■ 분석-FRB 기준금리 인하와 파급 효과

시장 기대만큼 추가 인하는 미지수
자동차·카드 빚 소비자들 부담 덜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31일 10년 7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는 조치를 단행함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는 2~2.25%로 낮아졌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내린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8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경제의 돈줄을 죄는 통화긴축이 끝나고 돈줄을 푸는 통화완화 정책이 단행됐지만 그러나 이날 연준에서는 시장이 기대한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확실한 예고가 나오지 않으면서 증시에서는 실망감에 따른 하락세가 나타나기도 했다. 이번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배경과 앞으로 전망,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짚어본다.

■배경과 전망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무엇보다 이번 연준의 금리인하는 통화긴축 정책을 끝내겠다는 연준의 의도가 담겨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간 연준은 2015년 12월 금리인상을 시작으로, 2016년 1차례, 2017년 3차례, 지난해에는 무려 4차례 등 모두 9번에 걸쳐 금리를 인상했다. 이번 조치는 금리인상으로 돈줄을 통제하는 소위 통화긴축 사이클의 종료를 알리는 신호탄인 셈이다.
통상 기준금리 인하는 경기침체에 대응하는 경기부양 카드다. 연준이 금융위기 당시 기준금리를 0.00~0.25%로 인하하면서 ‘제로 금리’로 떨어뜨린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장기 호황을 이어가는 현재 상황은 사뭇 다르다. 연준이 꺼내든 명분은 이른바 ‘보험성 인하’(Insurance Cut)다. 글로벌 무역갈등과 맞물려 유로존과 중국을 중심으로 경기둔화가 본격화하는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가 여전히 탄탄하다는 점에서 한 두 차례 추가적인 금리인하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뉴욕 증시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장기적인 금리인하 사이클은 아니라고 밝힌 것에 실망해 오히려 하락했다.
■반응
그동안 연준에 대해 금리 인하를 강하게 압박해 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에 대해 ‘연준이 기대를 저버렸다’는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을 통해 “시장이 파월 의장과 연준에서 듣고 싶었던 말은 이것(금리인하)이 중국과 유럽연합(EU), 그리고 다른 국가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장기적이고 공격적인 금리 인하 사이클의 시작이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늘 그렇듯이 파월은 우리의 기대를 저버렸다”며 “그러나 적어도 그는 애초에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던 양적 긴축은 끝내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없다”고 말했다.
연준이 시중의 달러 유동성을 회수하는 양적 긴축 정책의 종료 시점을 당초 9월 말에서 2개월 앞당긴 것은 그나마 평가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취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쨌든 우리는 이기고 있다”면서 “그러나 확실히 나는 연준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얻진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지나치게 금리를 많이, 그리고 자주 올려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금리 인하를 노골적으로 요구해 왔다.
■영향은
이번 금리 인하는 대출자들, 특히 단기 대출자들에게는 희소식이다. 자동차 대출, 영세사업 대출, 크레딧카드 대출 등 단기 이자를 갚아야 하는 대출자들의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금리가 내려가는데 따른 직접적인 수혜자인 셈이다.
주택 투자와 같은 장기 투자자들과 주택 구입을 위해 모기지 대출을 고려하는 층도 유리해졌다. 낮은 금리로 인해 좀 더 유연하게 대출 상환 기간을 설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높은 이자율의 상환금 부담을 덜 수도 있다.
변동 금리로 대출을 받은 대출자 역시 이번 금리 인하의 수혜자 중 하나이다. 금리인하와 연동해 이자율이 결정되는 것인 만큼 일정하게 이자율이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금리인하로 직격탄을 맞게 된 층은 세이빙스 계좌나 CD 등에 돈을 투자한 투자자들이다. 금리인하로 이자율이 낮아짐에 따라 이자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은 특히 고정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시니어들에게는 상대적으로 경제적인 충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금리 인하로 이자 수입이 줄어든 투자자들이 느끼는 심리적 박탈감은 계수적인 측면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번 금리 인하로 인해 일반 소비층들이 일상적인 거래에서 느끼는 효과는 미미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다만 올해 한 두 차례 금리인하 예상이 나오면서 투자와 관련해 여러 움직임들이 있을 것이란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