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등 돌린 조지아···공화 텃밭 ‘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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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주 연방상원 결선에서 동반 당선된 민주당의 존 오소프(왼쪽), 라파엘 워녹 후보가 지난 4일 공동 유세를 하고 있는 모습.[로이터]

민주, 28년 만에 대선서 이긴 뒤
연방상원 선거도 24년 만에 승리

애틀랜타를 주도로 하는 남동부의 조지아주가 미국 정치권 지형을 뒤흔들었다. 5일 유일하게 치러진 연방 상원 결선투표에서 두 석 모두 민주당에 안겨주면서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이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날 선거에서 민주당의 존 오소프, 라파엘 워녹 후보는 공화당의 상원의원인 데이빗 퍼듀, 켈리 뢰플러를 상대로 힘겨운 승리를 거두고 상원에 입성했다. 이로써 공화당과 민주 성향 무소속을 포함한 민주당은 50석씩 의석을 반분했다.

하지만 당연직 상원의장인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쥐기 때문에 입법은 물론 인사 인준권 등 상당한 권한이 부여된 상원은 사실상 민주당이 장악하게 됐다.

오는 20일 취임하는 차기 대통령에 이어 상원과 하원 모두 민주당이 거머쥐면서 막강한 권한을 토대로 안정적인 국정운영의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현재 조지아는 선거 때마다 공화당에 표를 몰아준 ‘보수의 텃밭’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1868년부터 1960년까지 대선에서는 한 차례도 빠짐없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말 그대로 ‘블루웨이브’를 형성한 곳이다. 이들은 보수성향을 지닌 민주당 지지층이었는데 1964년부터 공화당 지지로 지형이 바뀌었다.

1972년 대선에서 무소속인 조지 월러스 후보를 지지했고, 이후 이번 대선 전까지 민주당의 손을 들어준 것은 지미 카터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전부다. 그나마 카터는 조지아 출신이고, 클린턴도 남부로 분류되는 아칸소 출신이다.

2004년 대선에서 조지 W. 부시 후보는 민주당의 존 케리 후보를 무려 16.8%포인트 차로 제쳤고, 2016년 대선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5.2%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애틀랜타, 서배너 등 대도시와 도시 외곽을 중심으로 민주당 지지층이 늘었고, 이번 대선에서도 신 격전지로 분류됐다.

결국 지난 대선에서 조 바이든 당선인은 불과 0.2%포인트 차이로 트럼프를 따돌리며 이변을 연출했다. 500만 명 가까이 투표했지만 불과 1만1천779표 차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내 앞서다 우편투표가 집계되던 개표 나흘째 막판 역전을 허용하며 선거인단 승리 매직넘버(270명)를 바이든에게 넘겨줬다. 1992년 클린턴의 승리 이후 28년 만에 민주당이 이긴 것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조지아 선거 결과에 불복했고, 두 차례의 재개표를 거쳤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에도 조지아 주정부에 선거 결과를 바꾸라고 압력을 가했고, 주지사와 부주지사, 주 국무장관은 공화당 소속임에도 선거 부정이 없었다면서 이를 일관되게 거부했다.

민주당의 조지아주 연방상원 ‘접수’도 극적이다. 대선과 함께 치러진 상원 선거에서 두 지역 모두 과반 득표자가 없어 주법에 따라 결선을 치른 것인데, 당시 공화당 퍼듀 후보는 49.7%를 득표해 간발의 차이로 결선 투표를 허용해야 했다.

퍼듀 후보가 당시 과반 득표를 달성해 한 곳에서만 결선투표가 진행됐다면 그 결과와 무관하게 공화당이 연방상원을 장악할 수 있었다. 민주당의 조지아주 연방상원 선거 승리는 1996년이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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