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부부 코로나19 감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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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왼쪽)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 두 사람 모두 2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로이터]

선거 캠프 집단 감염 초비상, 방역 실패 스스로 입증···대선 악재

11월 대선을 한 달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고의 악재를 만났다. ‘노 마스크’를 그토록 고집하며 위험성을 무시해왔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것이다. 당장 대통령 건강에 적신호가 켜져 국정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한 것은 물론 대선 일정도 전면 올스톱됐다. 나아가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스스로 입증한 터라 득표 전략에 악영향을 미칠 게 확실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새벽 트위터에 “오늘 멜라니아와 내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우리는 격리와 회복 절차를 시작하고, 함께 이를 극복할 것”이라는 글을 올려 확진 사실을 확인했다. 대통령 주치의인 숀 콘리 박사도 이날 긴급 성명을 내고 “대통령은 잘 지내고 있고 부부 모두 건강하다. 회복 기간 백악관에 머물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는 곧바로 진단 검사를 받은 뒤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그가 코로나19로 격리를 실시한 건 처음이었다. 앞서 7월 측근인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감염됐을 때도 트럼프는 “동선이 겹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격리는 커녕 검사도 받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는 “힉스는 주요 회의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백악관 보좌관 중 1명”이라며 그가 평소에도 방역 지침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은 사실을 지적했다. 실제 힉스가 TV토론 행사장과 공항 등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백악관은 발칵 뒤집혔다. 블룸버그는 힉스가 트럼프 외에도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보좌관, 제이슨 밀러 홍보보좌관 등과 밀접하게 접촉했다고 전했다. 오하이오와 미네소타 유세에 동행한 트럼프 캠프 핵심 인사들의 집단 감염 가능성을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코 앞으로 다가온 대선이다. 당장 이날 예정된 정보 브리핑과 지지들과의 원탁회의가 취소됐다. 트럼프가 공들이고 있는 경합주인 플로리다·위스콘신 유세 역시 줄줄이 무산됐다. 유세 재개 시점은 트럼프의 회복 여부에 달려 있지만 대선까지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끝났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74세의 고령인 트럼프는 미국에서 지금까지 발생한 20만여명의 코로나19 사망자 중 80%를 차지하는 고위험군에 속한다. 회복이 더딜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미 언론은 트럼프가 스스로 설치한 덫에 걸렸다는 해석을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는 보건당국의 코로나19 방역 실패를 회피하려 지속적으로 바이러스의 심각성을 깎아 내렸다. 심지어 확진 판정을 받기 직전인 1일 만찬에선 “대유행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는 말까지 내뱉었다.

지난달 백악관에서 개최된 공화당 전당대회 후보 수락 연설에서도 초대된 1,000여명의 지지자 중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거나 마스크를 쓴 이는 드물었다. 또 마스크를 착용하고 공개석상에 등장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줄곧 조롱하면서 효과에 거듭 의문을 표했다. NYT는 “수개월 동안 바이러스의 위협을 약화시킨 트럼프가 정작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은 그의 정치적 자산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김이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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