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장기화···워킹맘들 “2배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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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속 육아·가사 등 삼중고 가중
‘코로나 블루’ 겪는 10대 자녀들과 갈등도
57%는 “육아 힘들어”···스트레스 높아

팬데믹 장기화로 일에 육아와 가사부담이 계속 가중되면서 한인 워킹맘들이 두 배로 힘들다며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자택대피령과 함께 많은 회사들이 재택근무로 전환하며 동시에 학교도 폐쇄되어 한인 워킹맘들은 지난 1년 동안 일과 육아에 집안일까지 삼중고에 시달려왔다. 특히 프리스쿨, 프리킨더 등 미취학 어린 자녀들을 둔 한인 워킹맘들의 생활 고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LA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워킹맘 이수진씨는 재택근무를 시작하면서 아이들은 유튜브에 맡기고 점심은 투고로, 집안일은 방치한 채로 매일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씨는 “남편이 일주일의 반은 재택근무를 하지만 회의가 많아 육아와 점심식사, 집안일 모두 내 몫이다”며 “아이패드를 허용하는 순간 아이들이 방치되고 일도 집중하지 못하는데 올가을 학교재개 소식은 전혀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씨는 아이를 봐줄 도우미도 알아봤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고 시간일정을 맞추기도 힘들어 이마저 포기했다고 말했다. 집에 오는 내니는 평균 시간당 20~30달러. 비용 부담으로 5일 동안 오전 3시간만 고용하려 했지만 찾기 힘들었다.

고학년을 둔 워킹맘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1년 가까이 지속되는 온라인 수업으로 우울 증세를 겪는 사춘기 자녀들과 갈등이 깊어지면서 일, 육아, 집안일에 정신적인 고충까지 겪고 있다.

중·고등학교 자녀를 둔 김수지씨는 “하루 종일 온라인 상에서 시간을 보내며 방문조차 못열게 한다”며 “두 아이 모두 예민해져서 툭하면 미친듯이 싸워 중재도 안 될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교육구 측에 자녀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제기하며 학교재개 시기에 대해 문의했지만 안전한 학교재개 조치가 마련될 때라는 답변만 들었다.

실제로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가 지난해 10월13일부터 19일까지 맞벌이 부부 2,029명을 대상으로 전국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이후 재택근무가 증가한 반면 학교와 보육시설이 장기간 폐쇄되며 부모로서 육아책임을 다하기 어렵다고 호소하는 부모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재택근무 동안 육아를 병행하며 일과 부모의 책임 사이 균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워킹맘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7%가 팬데믹 동안 육아가 힘들다고 답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처음 발생한 지난해 3월 38%보다 1.5배가 늘어난 수치다.

또한 18세 미만 자녀를 키우는 재택근무하는 맞벌이 부부들이 거의 같은 비중인 각각 66%, 65%로 육아부담을 느꼈지만, 일하는 중 실제 육아 책임은 엄마가 36%로 아빠 16%보다 두 배나 많아 재택근무에서도 워킹맘의 육아 스트레스트는 여전히 남편 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증명하듯 재택근무 중 육아부담에 따른 근무시간 축소에 엄마들 50%가 필요하다고 답해 아빠들 30%보다 높았다. 같은 워킹맘이어도 미취학 아동과 취학아동을 둔 워킹맘의 양육부담도 달랐다. 미취학 아동을 둔 워킹맘의 77%가 보육책임이 있다고 답했는데 이는 취학아동 워킹맘 59%보다 월등히 높다.

육아는 물론 일에 있어서도 재택근무하는 부모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재택근무 중 방해 없이 업무를 처리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특히 18세 미만 자녀가 있는 재택근무 직장인의 63%는 방해 없이 업무를 끝내기 어렵다고 답해 육아 부담이 많지 않거나 전혀 없는 부모들 24%에 비해 2.5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이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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