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종료 후 황금시대 맞이한 패스트푸드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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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품 물가 상승에 요리 대신 매장들 인기, 복귀한 직장인 드라이브 스루 많이 찾아

▶ 건강식 패스트푸드 젊은 층 사이 높은 인기…팁 없고 가격 부담 낮아·첨단 기술 도입도

팬데믹 기간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요식업계가 최근 다시 성장하고 있다. 특히 패스트푸드 체인의 가파른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주요 레스토랑 체인 43개의 영업 이익 보고서에 따르면 맥도널드와 스타벅스와 같은 패스트푸드 체인점의 올해 2분기 영업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5.7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반 식당과 고급 식당의 영업 이익은 패스트푸드 체인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38%에 증가에 그쳤다. 패스트푸드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급등한 이유를 알아본다.

■높은 식료품 가격에 요리 대신 식당 찾아

인플레이션이 진정세로 돌아섰지만 식료품 가격은 여전히 비싸다. 특히 가정에서 먹는 기본 먹거리 비용이 팬데믹 이전 대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시리얼과 베이커리 제품 가격은 2020년 초 대비 29%나 올랐다. 계란 가격 상승 폭은 52%로 훨씬 높다. 공급망 붕괴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이 남아 있어 전 세계적으로 식료품 가격은 지속적인 상승세다. 미국의 경우 농장 근로자와 식료품점 점원 등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이 큰 폭으로 오른 것이 식료품 가격 급등의 원인이다.

연방 센서스국 자료에 따르면 팬데믹 발생 직후 인플레이션이 가파르게 올라 2022년 6월 연간 대비 9.1%로 정점을 찍었다. 그런데 집에서 사용하는 식료품의 인플레이션은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상승해 2022년 8월 13.5%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패스트푸드, 퀵서브 식당, 기타 일반 식당에서의 외식비 인플레이션의 최고치는 올해 3월 8.8%로 상승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다.

식당을 찾는 소비자들은 편리함과 가격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데 재정적 여유가 없을 때 이런 현상이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시장 조사 기관 ‘서카나’(Circana)에 따르면 퀵서브 피자 체인에서 고객 1인당 식사 비용으로 8달러를 지불하거나 햄버거 체인 평균 식사 비용이 6달러 56센트라면 패스트푸드로 한 끼를 해결하는 것이 집에서 요리할 때다 훨씬 저렴한 옵션인 셈이다.

패스트푸드 식당에서는 팁을 지불할 필요가 없고 대부분 보상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때문에 식사 비용이 더욱 저렴해진다. 맥도널드의 모바일 앱은 지난해 세계적으로 1억2,700만번 다운로드됐다. 유명 피자 체인점에서 라지 사이즈 피자 한 판을 시키면 집에서 ‘치킨 브로콜리 라이스’를 만들 때보다 훨씬 저렴하고 아이들도 좋아한다.

■ ‘드라이브 스루’ 매출 급등

‘전국요식업협회’(NRA)에 따르면 2020년 2월부터 2023년 4월 사이 식당에서 식사하는 고객에 의한 매출은 14%나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식당 외 매출은 14% 늘었다. 식당 외 매출 중 드라이브 스루 매출 증가가 12%로 가장 많았고 배달은 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캐리 아웃 매출은 3%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드라이브 스루 시설을 갖춘 퀵서브 식당의 매출이 일반 식당에 비해 그나마 선전하고 있다. 드라이브 스루 판매를 시험 중인 애플비스의 올해 2분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약 1%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에 비해 다든의 고급 식당 체인인 캐피털 그릴과 에디V의 매출 감소 폭은 약 1.9%를 기록했다. 반면 대표적인 드라이브 스루 패스트푸드 식당 맥도널드의 올 2분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0.3% 급등했고 경쟁업체 버거킹의 매출도 같은 기간 8.3%의 높은 성장을 기록했다.

서카나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인이 패스트푸드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의 85%가 이른바 ‘투고’ 방식의 주문이었다. 타코벨, 맥도널드 등 주요 패스트푸드 체인점은 늘어난 배달 주문과 모바일 주문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드라이브 스루 시설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인터넷 기술 발달에 따른 추세로 식당 공간 확충이 필요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소비 취향의 변화도 (패스트푸드 매출 증가의) 원인 중 하나로 설명된다. 식당 고객들은 팁 비용 급등으로 일반 식당에서의 식사를 꺼리고 있다. 팁을 요구하는 식료품점과 셀프서비스 요거트 숍까지 등장했을 정도니 이해가 된다. 일부 고객은 단지 사람 만나는 것을 꺼리는 이유로 식당 방문 횟수를 줄였다.

■건강해진 패스트푸드

미국에서 두 번째로 빠르게 성장하는 패스트푸드 체인점은 샐러드 판매 식당이다. 시장 조사 업체 ‘데이터센셜’(Datassential)의 조사에 따르면 남서부에 많은 지점을 둔 ‘샐러드 앤드 고우’(Salad and Go)는 지난해 점포 수가 115.8%나 증가했고 매출도 166.3%나 급등했다.

건강식 패스트푸드 메뉴를 찾는 추세가 나타난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신규 수요에 맞춰 대형 체인점들은 건강식 메뉴를 추가했지만 팬데믹 기간 인력난으로 건강식 메뉴를 줄여야 했다. 그런데 최근 젊은 층 고객을 대상으로 한 업그레이드된 패스트푸드 메뉴가 다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NPD 개더링’(NPA Gathering)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Z세대의 19%는 자신을 ‘야채 애호가’ 또는 채식주의자로 분류한다.

서브웨이에 대한 인기가 여전히 높고 맥도널드가 패스트푸드 업계 매출 규모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최근 샐러드 판매 패스트푸드 체인점의 요식업계 진출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Fresh & Co, Crisp & Green 등이 샐러드 체인점 시장에 뛰어 들어 이미 진출한 Chop’t 및 Sweetgreen 등의 업체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워싱턴 DC에 있는 Hip City Veg, Plnt Burger, 애틀란타 소재 Slutty Vegan, 전국 규모 Veggie Grill 등 퀵서브 방식의 샐러드 체인점도 점점 인기를 끌고 있다.

■직장 복귀로 패스트푸드 식당 북적

최근 몇 년간 수백만 명의 미국인 근로자들은 재택근무를 통해 자택 주방에서 스낵을 즐기거나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바이든 대통령은 공무원들에게 사무실 복귀 명령을 내렸고 재택근무를 가능케 한 화상회의 서비스 업체 ‘줌’(Zoom)도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 움직임에 동참했다.

사무실 직원의 점심 식사 수요 의존도가 높은 도심 소규모 자영업 식당은 문을 닫아야 했지만 드라이브 스루 시설을 갖춘 패스트푸드 식당은 여전히 잘 되고 있다. 직장 복귀 명령이 확대되면 패스트푸드 식당의 매출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소비자 정보 사이트 ‘옐프’(Yelp)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7월 새로 문을 연 패스트푸드 식당은 전년동기대비 10% 증가했지만 새로 문을 연 식료품점 수는 절반 정도였다.

■ ‘자동화·인공 지능’으로 무장

패스트푸드 업계는 맥도널드가 이름 붙인 이른바 3D(디지털, 딜리버리, 드라이브 스루) 기술 향상 덕분에 급성장했다. 인력난이 심각했을 때 패스트푸드 업계는 로봇과 인공 지능 기술 등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서비스 향상과 직원 채용 문제를 해결했다. 치폴레에서는 로봇이 감자칩을 요리하고 잭인더박스와 화이트캐슬에서는 로봇이 튀긴 프라이를 맛볼 수 있다. 파네라에서는 로봇이 커피 준비 작업을 감독한다. 요리는 물론 거의 모든 퀵서브 식당이 배달과 테이크아웃 시스템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2분기 16.8%라는 높은 매출 성장을 이룬 윙스톱의 경우 매출 중 70%가 테이크 아웃이고 나머지 30%는 배달이다. 그런데 회사 측은 매출 중 배달이 차치하는 비중을 2배로 늘릴 수 있는 가능성을 보고 추진 중이다. 올해 2분기 윙스톱 전체 주문 중 약 65.2%는 디지털 방식(웹사이트, 앱, 인공지능 전화주문)으로 이뤄졌다. 회사 측은 앞으로 전체 주문을 디지털 방식을 전환할 계획인데 그렇게 되면 카운터나 전화로 주문을 받는 직원 수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