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포스트 특약 건강·의학 리포트
▶ 제2형 당뇨환자, 오후·저녁 운동이 개선 뚜렷
▶ 생체리듬·호르몬 변화 영향 인슐린 반응 달라져
▶ 전문가들 “시간보다 꾸준하게 운동하는 것 중요”
아침에 운동하는 것이 더 좋을까, 아니면 오후에 하는 것이 더 좋을까. 이 질문은 다소 함정이 있다. 왜냐하면 어떤 시간대이든 운동을 하지 않는 것보다는 하는 것이 훨씬 낫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술지 ‘내분비학 및 대사학 동향’에 실린 최신 대규모 리뷰에 따르면, 운동을 하는 ‘시간’이 경우에 따라 그 효과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리뷰에서 연구진은 건강한 사람과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아침 운동과 오후·저녁 운동이 신진대사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한 여러 기존 연구 결과를 분석했다. 제2형 당뇨병은 미국 성인 약 3,800만 명에게 영향을 미치는 흔한 질환으로,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해 혈당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특징이 있다.
분석 결과, 우리 몸의 많은 세포와 호르몬, 유전자들은 운동하는 시간에 따라 서로 다르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서 이러한 차이는 더욱 두드러졌다. 이들에게는 하루 중 늦은 시간에 운동할 경우 혈당 조절이 눈에 띄게 개선되고, 그 효과도 오래 지속되는 경향이 있었다. 반면 같은 운동을 아침에 할 경우, 오히려 혈당이 상승하고 인슐린 반응이 저하되는 경우가 많았다.
노르웨이 과학기술대의 운동과학자 트리네 모홀트는 “하루 중 늦은 시간의 운동이 추가적인 건강상의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는 근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리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다만 이러한 추가적인 효과는 개인의 특성과 운동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됐다.
■운동은 생체 리듬에 영향을 준다
운동의 강력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기능 중 하나는 우리 몸의 ‘생체 리듬(서카디언 리듬)’을 조절하는 ‘자이트게버(zeitgeber·시간 신호)’ 역할이다. 즉, 운동은 이러한 리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 몸은 24시간 주기의 리듬을 따르며, 이는 우리가 언제 깨어나고, 잠들고, 먹고, 활동하는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 리듬은 우리 몸의 거의 모든 세포와 장기에 존재하는 분자 ‘시계’에 의해 조율되며, 뇌의 중심 시계와 상호작용한다. 이 중심 시계는 빛과 어둠, 식사 시간, 운동과 같은 자극에 의해 조정된다. 이러한 신호에 반응해 우리 몸의 내부 시계는 호르몬 분비 등 다양한 생리 작용을 촉발하고, 이는 다시 여러 신체 기능을 통제한다. 그 결과 심박수, 혈압, 인슐린 분비, 식욕, 체온, 에너지 수준, 졸림, 근력, 세포 분열 등 수많은 신체 기능이 하루 동안 일정한 패턴으로 오르내리게 된다.
하지만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서는 이러한 주기가 흐트러지는 경우가 많다. ‘서카디언 미스얼라인먼트(생체 리듬 불일치)’가 발생해 세포 간 시계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게 되고, 일부 생리 기능이 정상적인 시점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아예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운동 시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아침 운동은 혈당을 높일 수 있다
리뷰에 포함된 한 연구에서는 중년의 제2형 당뇨병 남성들을 대상으로 아침 또는 오후에 동일한 강도의 운동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운동 내용은 같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운동 후 혈당을 측정한 결과, 오후 운동은 더 낮고 건강한 혈당 수준을 유지하게 했으며 그 효과는 최대 24시간 지속됐다.
반면 같은 운동을 아침에 했을 때는 혈당이 더 높고 인슐린 감수성이 더 나쁜 상태가 수시간 동안 지속됐다. 다른 연구들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리뷰 저자들은 “대부분의 연구에서 제2형 당뇨병 환자는 아침 운동 후 혈당 수치가 오후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새벽 현상’의 영향
왜 아침 운동이 오히려 혈당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을까. 이번 리뷰의 수석 저자인 스톡홀름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생리학자 해리엇 발베리크-헨릭손 교수는 그 이유로 ‘새벽 현상(dawn phenomenon)’을 꼽는다. 이는 아침에 혈당이 특히 높아지는 현상이다.
우리 대부분은 아침에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급증하는데, 이는 잠에서 깨도록 돕는 동시에 간에서 저장된 당을 방출하게 만든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 췌장이 인슐린을 분비해 이 혈당을 근육으로 이동시켜 에너지로 사용하게 한다. 하지만 제2형 당뇨병 환자는 인슐린 분비가 부족하고 효과에도 저항성이 있기 때문에, 아침에 혈당이 상승한 상태로 유지된다.
이때 격렬한 운동을 하면 코르티솔이 더 증가하고, 근육의 에너지 요구량이 커지면서 더 많은 혈당이 방출된다. 건강한 사람은 이를 잘 소모하지만, 당뇨 환자는 그렇지 못해 혈당이 혈액에 남아 계속 상승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아침 운동은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포도당 대사 개선에는 덜 유리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어떤 운동이든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아침 운동이 완전히 나쁜 것은 아니다.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생리학자 줄린 지에라스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언제든 운동하는 것이 전혀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아침 운동을 선호하는 당뇨 환자라면 운동 강도를 다소 낮추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빠르게 걷기와 같은 가벼운 활동은 강도 높은 운동처럼 시간대에 따른 차이가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운동 시간의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도 많다. 기존 연구들은 대부분 소규모이며 단기간에 진행됐고, 주로 성인 남성을 대상으로 했다. 여성이나 노인의 경우에도 같은 결과가 나타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또한 이번 연구는 혈당에 초점을 맞췄지만, 심혈관 질환, 수면, 수명 등 다른 건강 요소에도 운동 시간대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2형 당뇨병 환자라면 “가능하다면 오후나 저녁 운동이 더 유익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하지만 결국 모든 사람에게 공통된 결론은 하나다. “운동은 신체 거의 모든 기관에 이점을 제공한다. 시간대가 특정 결과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게 가장 좋은 운동 시간은 자신의 일상에 맞춰 실천할 수 있는 시간이다.”
<By Gretchen Reynold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