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28-2017] 기획취재/팁 고민-얼마를 줘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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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게 주면 욕먹고…많이 주려니 서비스 엉망

한인들 통상 15%, 최근엔 20% 요구

팁은 ‘관행’일뿐 ‘의무사항’ 아니다

최근 한인식당을 찾은 김모씨는 팁 때문에 불쾌한 경험을 했다. “식사를 마친 뒤 계산서를 받아 결제를 하려는데 종업원이 옆에 붙어서 팁을 얼마 적는지 계속 쳐다보고 있더라”며 “너무 불쾌해 팁을 10% 정도로 적었더니 뒤돌아서며 다 들리도록 불만을 표시하는데 황당했다”고 전했다. 그는 “팁이라는 것이 내가 주고 싶은 만큼 주는 걸로 생각했는데, 무조건 20%에 해당하는 액수만큼 팁을 줘야한다는 식으로 눈치를 줘 의아했다. 업주에게 이의를 제기했더니 팁으로 먹고 사는 직원들이니 조금 더 챙겨주라는 반응이었다”고 덧붙였다.

관대한 ‘팁 문화’가 정착돼 있는 미국에서 한인들의 경우 아직도 ‘적정한 팁’에 대해 고심하는 경우가 많다. 팁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 아직도 팁을 줘야 하는 것을 ‘아깝게’ 느끼는 한인들도 많지만, 통상 15%로 알려져 있는 팁에 대한 기대수준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20% 이상도 일반화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어 한인들이 혼선을 겪는 경우도 있다. 이에 따라 음식점이나 각종 서비스 제공 업소에서 직원들에게 감사나 수고의 의미로 지불하는 ‘팁’과 관련해 언쟁을 벌이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식당에서는 점심의 경우 10~15%, 저녁은 15% 이상 지불하는 것이 암묵적 관행이 되고 있으며, 미용실이나 스파, 마사지 등 서비스업종의 경우 15~20%가 적정선이라는 게 미 주류 언론들이 제안하는 가이드라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류사회 식당 등을 중심으로 팁의 가이드라인을 18%로 올려 제시하며 아예 15%는 없어진 곳도 많다는 것. 또 식당 등을 이용할 경우 음식값의 세전 액수를 기준으로 팁을 산정하는 게 보통이나 일부 식당들에서는 음식값에 세금을 포함한 액수에 따라 팁을 요구하는 곳도 있어 한인들이 헷갈려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관행이 의무사항은 아닌 서비스를 제공받는 고객의 선택사항이지만 일부 한인 업소들의 경우 아예 팁을 일정 비율로 정해놓고 강요하는 곳도 있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아무런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카운터에서 계산만 하는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에서도 태블릿 PC를 이용한 결제시 커피가격 대비 25%에서 많게는 75%까지 팁을 요구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팁이 이렇게 변질된 것은 종업원의 적은 임금을 팁으로 메우려는 업소가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현행 연방 근로기준법이나 주 노동법 규정상 종업원과 고객들 사이에 의무적인 팁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팁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종업원의 서비스 정도에 따라 고객이 느끼는 만족감을 금전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관행’ 일뿐 ‘의무사항’은 아니다. 단, 명세서에 표기된 가격 이외에 고객들이 계산한 팁에 대해서 업주나, 주인, 매니저 등은 팁을 나누거나 건드리는 행위는 노동법 위반사항에 속하며, 일단 팁을 받으면 이를 모두 소득으로 신고를 해야 한다.

하지만 팁에 대해 서비스를 제공한 사람과 서비스를 받는 고객의 입장에서는 시각의 차이가 발생해 결국, 분쟁으로 확산되는 것이 문제다. 일각에서는 팁 문화가 관대한 미국에 사는 이상 한인들도 팁을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말고 후하게 주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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