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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April 14,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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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회 공연 기록한 테이프”…시카고 음악 팬의 방대한 컬렉션, 디지털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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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GN-TV

시카고의 한 50대 남성이 수십 년간 직접 녹음해 온 공연 음반 컬렉션이 디지털화돼 무료로 공개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 방송 KTLA에 따르면, 시카고에 거주하는 59세 음악 팬 아담 제이콥스(Aadam Jacobs)는 1만 회가 넘는 공연을 관람하며 카세트테이프로 이를 녹음해 왔고, 해당 자료들이 현재 온라인에서 순차적으로 공개되고 있다.

제이콥스는 많은 X세대처럼 라디오 음악을 카세트테이프로 녹음하는 것으로 시작했으나, 1984년 한 지인의 권유로 공연장에 녹음기를 몰래 들고 들어가 라이브 공연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는 최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에는 더 좋은 장비를 살 돈이 없어 비교적 성능이 떨어지는 장비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 1989년 무렵에는 자신만의 녹음 방식을 확립했다. 그는 스스로를 음악 기록 보관자가 아닌 단순한 팬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의 녹음 중 하나에는 22세였던 커트 코베인이 소규모 클럽 ‘드리머즈(Dreamerz)’ 무대에서 “우리는 시애틀에서 온 너바나입니다”라고 소개한 뒤 곡 ‘School’을 연주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이는 밴드 너바나가 앨범 ‘네버마인드'(Nevermind)로 대중적 성공을 거두기 2년여 전의 기록이다.

이 컬렉션은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이어지며, 더 리플레이스먼츠, 픽시스, 디페시 모드, 소닉 유스, R.E.M., 비요크, 스테레오랩 등 인디 및 펑크 록 아티스트들의 초기 공연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

이 밖에도 1988년 부기 다운 프로덕션스 공연 등 힙합 공연 일부와 함께, 피시의 1990년 미공개 공연 녹음도 포함돼 음악 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또한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소규모 아티스트들의 공연도 다수 담겨 있다.

초기에는 공연장 측의 제지로 몰래 녹음을 해야 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시카고 음악계에서 ‘테이퍼 가이(taper guy)’로 알려지게 된 그는 일부 공연에 무료로 입장하기도 했다.

2004년 시카고 지역 매체의 보도를 계기로 그의 활동이 알려졌고, 2023년에는 이를 다룬 다큐멘터리도 제작됐다. 이후 비영리 디지털 도서관인 인터넷 아카이브가 테이프의 노후화에 대비해 디지털화를 제안하면서 본격적인 보존 작업이 시작됐다.

현재 자원봉사자들은 매달 시카고 교외에 있는 그의 자택을 방문해 10~20상자의 테이프를 수거하고 있다. 각 상자에는 50~100개의 카세트테이프가 들어 있다.

자원봉사자 브라이언 에머릭은 “현재 10대의 카세트 데크를 동시에 가동해 아날로그 녹음을 디지털 파일로 변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24년 말 이후 약 5,000개의 테이프를 디지털화했으며, 전체 작업 완료까지는 수년이 더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후 디지털 파일은 미국과 유럽의 다른 자원봉사자들에게 전달돼 음질 개선과 공연 정보 정리 작업을 거친다. 작업이 완료된 음원은 인터넷 아카이브의 ‘아담 제이콥스 컬렉션’으로 분류돼 무료로 공개된다.

저작권과 관련해 제이콥스는 “대부분의 아티스트들이 이런 방식의 보존을 반기고 있다”며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언제든 삭제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의 한 저작권 전문가는 “원칙적으로 공연과 곡에 대한 권리는 아티스트에게 있지만, 해당 프로젝트가 수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법적 분쟁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제이콥스는 몇 년 전부터 공연 관람을 중단했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으로 공연을 기록하는 새로운 세대의 팬들이 만든 영상을 온라인으로 즐기고 있다고 전했다.

<이점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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