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4-2016] “염치없지만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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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두절 입양보낸 아들 찾는 엄숙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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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숙자씨(위)와 입양보낸 엄씨의 아들 아몽의 어릴 적 사진.

 

지난 2일 동포간담회를 통해 자신의 얘기이기도 한 한국내 기지촌 여성의 실태를 알린 엄숙자씨(69)는 어릴 적 미국으로 입양보낸 아들을 애타게 찾고 있다. 미시간주로 입양간 아들과는 간간히 소식을 주고받았는데 어느 날 아들의 연락처 등이 담긴 지갑을 잃어버린 이후 7년이상 연락이 두절됐다고 한다.

엄씨는 다른 많은 기지촌 여성들처럼 안타까운 사연을 품고 산다. 그는 16살 때 가정부를 시켜준다는 옆 집 사람의 말에 냉큼 따라갔다가 영문도 모른 채 평택 안정리의 기지촌으로 팔려갔다. 기지촌에서의 생활이 너무 싫어 몇 번이나 도망을 쳤지만 감시하던 ‘아저씨’들한테 번번히 붙잡히고 말았다.

“우여곡절 끝에 20살에 기지촌 동료와 함께 서울로 도망갔지. 그 후 용산에서 한 미군을 만나 사귀게됐고 결혼까지 약속했었어. 그런데 갑자기 마음이 변했는지 그는 미국으로 돌아간 후 연락을 끊었어. 그래서 다시 기지촌 생활을 전전할 수밖에 없게 됐지. 이후 흑인을 만나 2~3년간 같이 살았는데 그때 아이를 뱄어. 그 남자는 죽어도 결혼은 못해준다고 하더군. 그래도 애를 지우기는 싫어서 결국 낳고 말았지”라며 순탄치 않았던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엄씨 아들의 이름은 엄아몽이고 동탄에서 태어났다. 아몽은 아버지(‘헤비 페어’라고 함)가 지어준 이름이고, 성은 엄숙자씨의 성을 그대로 딴 것이다. 아몽은 1975년 5월 24일생이나 호적에는 1976년 5월 24일로 등록돼 있단다.

“아이를 키우고 있었는데 어느 날 홀트복지회 관계자가 찾아오더니 튀기(혼혈)는 한국사회에서 출세도 못하고 전쟁나면 맨 처음 죽인다는 말을 하더라구. 세상물정을 잘 몰랐고 겁이 나기도 하고 그래서 애가 4~5살쯤되던 때에 결국 입양보냈지.”

“7~8년전쯤 홀트를 통해 아들에게서 연락이 왔었어. 교수집안에 입양됐다더군. 근데 애가 9살때 양부모가 이혼했대. 그후 아버지와 살면서 장성했고 하얀 여자(백인)와 결혼도 했더라구. 애도 1명 있고…”

이후 한동안 아들과 전화로 연락하고 사진도 몇번 주고 받았다고 전한 엄씨는 그러나 아들이 이사간다는 말을 끝으로 연락이 끊겼고, 엄씨도 아들과 관련된 연락처나 메모 등이 들어있던 지갑을 어쩌다 잃어버리는 바람에 연락을 일체 못하고 그 이후 소식을 모르고 있단다. 남은 건 아들의 사진 달랑 1장뿐. 그나마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여러 장을 복사하고 코팅까지 해놓은 덕이었다. 사진에는 어린 시절의 아들의 모습과 아들이 엄씨에게 가르쳐준 전화번호가 적혀있다. 지역번호는 231로 미시간주인데 여러번 전화를 걸어봤지만 이제는 없는 번호로 밝혀졌다.

엄숙자씨는 “염치가 없어서 보고 싶다고 말조차도 하기가 부담스러운 심정이다. 그래도 죽기전에 한번쯤은 꼭 만나 보고 싶다”며 어쩔 수 없는 모정을 드러냈다. 엄씨는 아들에 대해 알고 있는 한인은 이메일(sunlitsc@hanmail.net)이나 전화(한국 82-31-618-5535)로 연락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손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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