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면전 위기···미 외교정책 다시‘중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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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가자시티의 한 건물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폐허로 변한 가운데 한 주민이 긴급 대피하고 있다. <로이터>

350회 폭격 vs 1,600발 로켓포 공격 ‘팽팽’
중·러 집중하던 바이든, 중동 회귀 불가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력 충돌이 전면전 위기로 치닫고 있다. 출구전략이 좀체 보이지 않으면서 중국, 러시아 등 ‘새로운 위협’에 외교정책의 무게 중심을 옮기려 했던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구상도 헝클어 지게 됐다. 미국의 등판이 불가피해진만큼 역대 미 행정부처럼 중동 우선 외교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13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대규모 무력 공방은 사흘째 격렬하게 진행됐다. 이스라엘군은 이 날 새벽부터 하마스 주요 시설 수십 곳을 전투기로 폭격했다. 이 과정에 서하마스 고위 지휘관이 숨지고 고층 건물 대부분이 파괴됐다. 외신은 일제히 “‘유령도시’를 방불케 한다” 는 현장 보도를 쏟아냈다. 하마스 역시 이스라엘 남부에 로켓포를 130발이나 발사하며 맞대응했다.

양측은 사흘간 쉴 새 없이 공격을 주고받았다. 이스라엘 측의 가자지구 폭격 횟수는 무려 350차 례, 하마스가 쏘아 올린 로켓포도 1,600발에 달한다. 인명 피해도 커 벌써 어린이 17명을 포함, 가자지구 주민 8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스라엘 측도 7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또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유대계와 아랍계 사이에 폭력 사태가 빈발하는 등 민족 갈등으로 번질 조짐이 뚜렷하다.

전면전을 알리는 징후는 한둘이 아니다. 현지 매체인 타임스오브이 스라엘은 군 당국을 인용, “이스라 엘 방위군이 가자지구 침공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무력 점령을 강행하면 2014년 2,000명 넘게 숨진 ‘50일 전쟁’이 되풀이될 게 불 보듯 뻔하다.

애가 타는 건 미국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외교정책의 방점을 중국·러시아와의 패권경 쟁에 찍었다. 전임자들과 달리 출범 4개월이 지나도록 예루살렘 주재 대사 자리를 비워둘 만큼 이·팔 분 쟁은 정책 후순위에 속했다. 미국의 소리(VOA)방송은 “노골적인 친 이 스라엘 행보로 일관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대통 령은 ‘이란핵합의’ 복원 외에는 포 괄적 중동 전략을 세우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이 개입하라는 국제 사회 요구가 거세지면서 바이든 행정부도 방관만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그리고 중립을 깨고 나온 첫 일성은 이스라엘 편들기였다. 그는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통화에서 “이스라엘 자신을 방어할 권리가 있다”고 두둔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가능한 한 피하고 싶었던 중동 소용돌이에 휘말렸다”고 바이든 대통령의 곤혹스러운 처지를 대변했다.

이·팔 갈등을 두고 미국의 균형 추가 기울자 진영 논리에 따른 각국의 줄 서기도 재연됐다. 유엔 안 전보장이사회는 이날 비공개회의에서 양측에 확전 자제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추진했지만 미국의 반대로 채택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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