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제한법 논란···‘인권’넘어‘민권’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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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주의회의 투표제한법 제정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

텍사스 등 14개 공화당주 잇달아 관련법 추진·제정
우편투표·24시간 투표 규제 등 소수계 투표 어렵게
트럼프 시대 분열상 심화···“민주주의 근간 흔들어”

이제 미국에선 흑인이거나 라틴 계라면, 그리고 거주지가 공화당 영향권 아래 있다면, 투표권을 갖고 도 투표소 문턱을 넘기가 어려워지게 됐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 후 보수 성향 주들이 앞다퉈 투표권을 제한하는 법 제정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인권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인권의 토대나 다름없는 ‘시민권’이 무참히 망가진 아이러니한 현실에 개탄이 쏟아진 다. 당장 내년 중간선거부터 정치적 파장을 낳을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투표권 문제를 놓고 보혁이 맞붙은 최전선은 바로 텍사스주다. 주정 부와 주의회를 모두 장악한 공화당 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 선 사기’ 주장에 동조해 투표권 제한법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주상원을 통과한 법안은 지난달 30일 주하원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집단 퇴장으로 표결이 무산돼 일단 제동이 걸린 상태다.

하지만 민주당이 머릿수부터 열 세라 법제화는 사실상 시간 문제 다. 그레그 애벗 주지사는 “책임을 포기한 이들에게 임금을 줄 수 없다”고 겁박하면서 조만간 특별의회를 소집하겠다고 천명했다. 브리스코 케인 주하원 의원(공화)은 “더 나은 법안을 만들 시간이 생겼으니 오히려 잘 됐다”며 한 술 더 떴다.

텍사스의 새 투표법안은 ▲드라이브스루 투표 폐지 ▲24시간 투표 금지 ▲우편투표 규제 등 시대역행적 조항으로 가득하다. 특히 평일 투표는 오전 6시에 시작하면서 일요 일 투표만 오후 1시 이후로 제한한 조항은 주말마다 교회에 모이는 흑 인 유권자들의 투표 조직화를 막기 위한 것이란 비판이 거세다. CNN은 “해당 법안이 미국민 전부를 위한 게 아니라 흑인과 라틴계 등 민주당 지지자들의 투표를 어렵게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는 걸 공화당 스스로 입증한 꼴”이라고 꼬집었다.

이뿐이 아니다. 텍사스의 급격 한 보수화는 거침이 없다. 임신 6주 가 지나면 성폭력 피해자든 누구 든 예외 없이 낙태를 금지하는 법 안도 이번 회기에 통과시켰다. 또 앞으론 소총뿐 아니라 권총도 별도 면허 없이 소지할 수 있게 됐다. 인 종차별을 비판적으로 다룬 인종이 론 교육 또한 금지될 가능성이 높다. 성, 총기, 인종 등 이념지향적의 제에서 모조리 퇴행한 셈이다. 텍사스가 트럼프 시대를 거치며 양극단으로 갈라진 미국 사회의 분열상을 보여주는 축소판이 됐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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