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지킨 전신마비 아빠···딸 결혼식서 두 다리로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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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슈미트(56)가 딸 보허(23)의 결혼식에 참석해 두 다리로 걷고 있다.

스피드웨이 카레이스 주행 중 사고
‘결혼식에 함께 춤추자’ 딸과 약속

21년 전 사고로 전신 마비가 된 아버지가 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결혼식에서 두 다리로 서서 딸과 춤추는 영상이 미국인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USA 투데이에 따르면 한 SNS에는 한 결혼식 피로연장에서 전신 마비가 된 아버지가 보조 장치와 주변의 도움을 받아 딸과 함께 춤추는 영상이 올라왔다.

아버지는 느리지만 한 걸음 한 걸음 신부에게 걸어갔고 신부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다가오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음악에 맞추어 춤을 췄다. 영상에 등장하는 아버지는 한때 카레이서로 활약했던 샘 슈미트로 알려졌다.

샘 슈미트는 1995년 31세의 나이로 카레이서에 입문했고 4년 만인 1999년 모터 스피드웨이 경주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는 등 앞날이 주목되는 카레이서였다. 그러나 슈미트는 2000년 1월 개막전 시범 주행 도중 사고를 당했다. 다행히 의식은 돌아왔지만, 목 아래가 마비돼 이후 두 다리로 걸을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슈미트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그에겐 아내 셸리아와 두 살배기 딸 보허, 생후 6개월 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슈미트는 2013년에 머리 움직임만으로 운전하는 경주차 ‘시베로 콜벳 C7’을 개발하고 카레이서 활동을 재개하는 등 다시 열정을 불태웠다.

그러던 중 슈미트는 딸의 결혼 발표를 듣고 두 발로 서기 위한 재활에 들어섰다. 어릴 적 딸과 함께 결혼식에서 춤을 추자고 했던 약속이 떠오른 것이다. 슈미트는 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2년 동안 매주 4~5일을 재활에 집중했고 외골격 보조 장치의 도움을 받으며 점차 설 수 있게 됐다.

마침내 4월 25일, 딸의 결혼식에서 슈미트는 21년 전 약속대로 두 다리로 일어서 딸과 함께 춤을 췄다. 두 사람은 스페인 가요인 ‘아빠 나와 함께 춤춰요’에 맞추어 감동의 순간을 만끽했고 지켜보던 하객들도 환호와 박수갈채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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