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체육관에선 하고 비행기에선 안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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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확산에 따라 국내선 항공기 승객에 대한 백신 패스 제도를 도입하는 등 방역 지침을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

업종마다 갈리는 백신접종 증명
국내선 항공 여행객 대상 백신증명 도입 요구 거세, 승객 감소에 항공사 반대, 승무원 노조 강력 요구

항공기를 이용하는 승객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백신 접종 증명을 요구하지 않고 있는 현행 방역 지침의 개선을 촉구하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반드시 백신 접종을 증명해야 식당이나 실내 체육관, 영화관 등을 이용할 수 있는 것과 달리 항공기 승객에 대한 백신 패스가 적용되지 않아 형평성 논란과 함께 최근 항공기 승무원들 사이에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되면서 결항 사태가 빚어지자 항공기 여행에 대한 안전성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28일 LA타임스(LAT)는 오미크론 여파로 조종사와 승무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거나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면서 항공사의 인력이 부족해진 탓에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 중 3,000여편의 항공편이 결항되는 사태가 벌어지자 국내선 항공기 승객에 대한 백신 패스를 도입해야 한다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내선 항공기 승객에 대한 백신 접종 여부 확인 제도 도입 필요성은 방역 전문가와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최고 의료 고문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은 27일 “국내서 항공 여행객에 대한 백신 접종 증명 제도 도입을 검토하는 것은 타당한 측면이 있다”며 “현실화될 경우 미국민들의 백신 접종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방상원도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난주 바이든 대통령에게 국내선 항공기 승객에 대한 백신 접종 증명 제도 도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미국 내 5만여명의 항공기 승무원들을 대표하는 노조인 항공승무원협회(AFA) 역시 백신 접종 여부 확인 절차가 큰 업무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백신 패스 제도 도입을 환영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런 기대와는 달리 바이든 행정부의 국내선 항공기 여행객에 대한 백신 패스 제도를 도입을 검토한 바 있지만 도입 현실화는 아직 필요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 내 주요 항공사들도 국내선 항공기 승객에 대한 백신 패스 제도 도입에는 회의적이다.

그렇다면 주요 항공사들이 국내선 백신 패스 제도에 반대하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국내선 백신 패스 제도가 실시되면 항공사의 항공권 판매 수입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게 항공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여행전문 컨설팅 업체인 ‘앳머스피어 리서치 그룹’(Atmosphere Research Group)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항공 여행객 중 14%가 백신 미접종자들이다. 백신 패스 제도가 도입되면 이들 백신 미접종자들의 항공기 이용이 줄면 그만큼 항공사 매출 하락의 원인이 되는 셈이다.

미국 항공사들이 연방교통안전국(TSA)이 내년 3월18일까지 항공기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연장한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백신 접종 여부를 검사하는 데 따른 시간 소요도 원활한 승객 처리 과정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도 항공사들이 백신 패스 도입을 꺼려하는 또 다른 이유다.

미국 항공사들은 항공기에 장착된 헤파(HEPA) 필터와 기내 공기 순환 시스템 작동으로 기내 공기를 정화해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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