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두표/시카고문인회
자신의 결점(缺點)을 고려하지 않고, 남의 잘못을 들춰내 비난(非難)한다는 뜻으로 채근담(菜根譚) 전집(前集) 121번에 나오는 글로서 이 말을 우리 속담으로 대신하면,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즉 자신이 저지른 죄가 더 무거운데, 남의 가벼운 죄를 크게 부각시켜 뒤집어씌우는 것입니다. ‘내로남불’ 이란 말도 있듯이 내가하면 로맨스이지만 남이하면 불륜(不倫)이라는 억지주장을 말합니다. 남의 단점(短點)은 되도록 덮어주어야 할 것이니, 그것을 들추어내어 남에게 알린다면 이는 단점으로써 단점을 공격(攻擊)하는 것이 됩니다. 사람이 완고(頑固)하거든 잘 타일러 깨우쳐주어야 할 것이며, 그것을 노여워하고 미워한다면 이는 완고함으로써 완고함을 구제(救濟)하려는 것이 된다고 했는데, 원문을 소개하면, ‘人之短處 要曲爲彌縫 如暴而揚之 是以短攻短 人有頑的 要善爲化誨 如忿而疾之 是以頑濟頑.’(인지단처 요곡위미봉 여폭이양지 시이단공단 인유완적 요선위화회 여분이질지 시이완제완 이라.) 위의 제목에 첫 글자인 ‘以’(써 이)는 ‘…로써, …에 의하여, … 때문에’ 라는 뜻으로 ‘나의 단점으로써’ 라는 어조(語調)(말의 가락)를 돕기 위해 쓰는 단어입니다. 미봉(彌縫)은 일의 실패나 결함을 덮어주고 도와줌의 뜻입니다. 남의 단점은 될수록 덮어주고 도와서 지양(止揚)하게 해주어야 한다. 만약 남의 단점을 샅샅이 들추어내어 세상에 알게 한다면 그것 자체가 나의 단점이요, 실수가 아닌가? 그러므로 그렇게 함은 자기의 단점으로 남의 단점을 탓하는 것과 같게 되니, 그래서는 도저히 진보나 개선이 있기를 바라기는 어렵습니다. 옛날 중국 전한(前漢) 무제(武帝)때, 흉노(匈奴)에 사신으로 갔다가 붙잡혀 19년 동안 억류당한 채 회유(懷柔)를 당했으나, 끝끝내 절개(節槪)를 지키다가 귀국해 선제(宣帝) 옹립에 큰 공을 세운 충신 <소무>(蘇武)(?- 60)는 ‘자기가 그 일에 능하다고 해서 상대의 무능을 책망하지 말며, 자기의 장점을 내세워, 상대의 단점을 탓하지 말라.’ 원문은 ‘不可以己之所能, 而責人之不能, 不可以己之所長, 而責人之所短.’(불가이기지소능, 이책인지불능, 불가이기지소장, 이책인지소단. 이니라.)라고 했으며, 남의 잘못을 논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수신(修身)하라는 충고를 후대를 위해 남겼습니다. 다른 이야기로 ‘아시타비’(我是他非)란 사자성어로 2020년도 한국의 표어로 선정되기도 하였는데, 우리말로하면 앞에서 언급한 ‘내로남불’입니다. 그런데 이 말의 반대되는 ‘관포지교’(管鮑之交)라는 말이 있는데, 춘추시대 제(濟)나라의 <관중>(管仲)과 <포숙아>(鮑叔牙)는 어려서부터 막역한 친구사이로, 죽마고우(竹馬故友)였습니다. 먼저 벼슬길에 오른 <포숙아>가 친구인 <관중>을 왕에게 천거하였는데, 왕은 ‘그대가 천거(薦擧)한 <관중>은 일찍이 그대와 동업하면서 부당이익을 취했으며, 전쟁터에 나가서는 도망쳐 왔다고 하더군.’ 하자 ‘그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 나라살림을 맡아 소신껏 일할 인재를 구하고 있는 것이지 도덕군자를 구하고 있는 것이 아니옵니다.’ 이렇게 하여 재상(宰相)에 오른 <관중)은 정말 나라살림을 맡아 백성들이 잘 살고 나라를 강대하게 만들었습니다. 친구사이에 있었던 사소한 일과 나라살림을 도맡아 처리해야하는 재상의 자리는 엄연히 다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