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로즈퍼레이드 현장 르포] 팬데믹 어둠 뚫고 희망의 장미 활짝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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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날인 1일 패서디나에서 열린 로즈퍼레이드에서 로즈퀸 나디아 정양이 관람객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

2년만에 열린 축제 새벽부터 인파 몰려, 6천여명이 제작한 ‘꿈꾸고···’ 꽃차 장관
관중들까지 백신증명 제시 안전 신경

새해 첫 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뚫고 장미꽃이 다시 피었다. 2022 로즈 퍼레이드가 지난해 취소의 아픔을 딛고 올해 다시 개최된 것이다. 올해가 팬데믹의 마지막으로 남기를 함께 꿈꾸는 모든 이들을 위해 로즈 퍼레이드 현장 소식을 전한다.

1일 새벽 패서디나로 향하는 길은 쉽지 않았다. 이상 한파로 관객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오미크론 변이 에 날씨 악재까지 겹친 것은 개최 당국을 긴장케했다. 2차 대전 이후 처음 지난해 취소된 행사가 올해 다시 열리는데 관중이 부족하면 코로나19 회복 기대를 키우기는 커녕 팬데믹의 연속이라는 실망감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행사장이 가까워지면서 이런 걱정은 기우였음이 드러났다. 많은 관중들이 8시에 시작되는 행진을 준비 중인 꽃차 인근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신년 기분을 만끽하고 있었다. 하이랜드팍에 사는 설리반은 “축제를 구경하기 위해 31일에 미리 패서디나에 왔다”며 “이곳에 나온 것은 큰 모험이기도 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행진이 시작되자 퍼레이드 현장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43개의 꽃차와 실력을 갈고 닦은 20개 학교의 마칭밴드, 18개 팀의 승마부대가 웅장한 음악에 발맞춰 진격을 개시한 것이다. 행진의 백미는 ‘꿈꾸고 이룬다’(Believe and Achieve)는 이름의 꽃차였다. 55피트 길이·35피트 높이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이 꽃차는 약 13만 송이의 꽃들이 조합돼 꾸며졌다. 작품을 만든 반 슬릭 디자이너는 “팬데믹 2년 간 모든 이들이 겪은 슬픔에 한 줄기 빛을 비추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행사에서 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한인 출신 최초 로즈퀸으로 꼽힌 나디아 정도 퍼레이드에 참가해 관람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로즈퍼레이드 행사의 모든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당초 주최 당국은 코로나19 극복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20명의 의료 종사자들을 ‘더 건강한 미래’(A Healtheir Future)라는 이름의 꽃차에 탑승해 행진하게 할 계획이었지만 오미크론 변이 재확산에 계획을 포기했다. 최근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의료진의 감염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필사적 판단인 것이다.

그럼에도 성공적으로 개최된 이번 행사는 모든 이들에게 팬데믹 극복의 희망을 심어주었다. 평생 패서디나에 거주해 온 페럴린(57)은 마칭밴드와 관광객들에게 “해피 뉴이어”를 외치면서 코로나19가 곧 사라질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크리스마스 연휴 때 친척 일부가 코로나에 걸렸지만 무사히 회복했다”며 “이제 팬데믹은 우리에게 장애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의 바람은 이번 행사에 자리한 모든 이들이 바라는 꿈일 것이다. 그러한 희망은 다음과 같은 2022 로즈퍼레이드의 공식 슬로건에도 나와 있다. “꽃(삶의 활기)은 다시 피어난다.”(The bloom is back)

<패서디나=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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