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계 여성 스포츠 스타들 인종차별 시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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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2연패 한 클로이 김과 스키 프리스타일 여자 빅에어 우승한 에일린 구<로이터>

평론가 “기대 충족시킬 때만 가치 있는 것처럼 여겨져”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 선수들이 인종차별적 공격과 이중잣대에 시달리고 있다고 13일 AP통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평창 동계올림픽에 이어 스키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부문 2연패를 달성한 미국 대표팀 선수 클로이 김은 온라인에서 매일같이 인종차별 피해를 겪었다고 최근 토로했다.

한국계인 클로이 김은 아시아인에 대한 잔인한 폭행 소식을 들을 때마다 부모님이 살해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고 말했다.

스키 프리스타일 여자 빅에어 종목에서 우승한 중국 대표팀 선수 에일린 구(중국명 구아이링) 역시 인종차별적인 공격을 받는 여성 선수 중 하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미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녀는 2019년부터 어머니 나라인 중국 국적으로 국제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이를 두고 미국 보수 매체인 폭스뉴스 출연진은 상당 시간을 할애해 “그녀는 배은망덕하며 나라를 배신했다”고 비난했다.

AP 통신은 경기에 출전해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경우 아시아계 미국인 여자 선수를 향한 인종차별적 폭력이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중국계 이민 가정 출신인 피겨스케이팅 중국 대표팀 선수 주이는 이번 올림픽 대회 단체전 연기 도중 실수를 연발했고, 네티즌들은 중국 대표팀이 되기 위해 미국 시민권을 포기한 주이를 향해 “중국에서 태어난 운동선수로부터 올림픽 출전권을 훔쳤다”는 등의 조롱을 쏟아냈다.

주이 뿐 아니라 미국 피겨스케이팅 대표 카렌 첸과 알리사 리우 등도 이와 유사한 피해를 겪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아시아계 미국인 여자 선수를 향한 인종차별적 폭력은 비단 경기장에 올림픽 대회에 국한되지 않는다.

라오스 출신 몽족이자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미국 체조선수 수니 리는 작년 10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거리에서 아시아계 미국인 친구들과 서 있던 중 차를 타고 지나던 누군가가 자신에게 인종차별적 말을 내뱉으며 후추를 뿌리고 달아나는 일을 당했다고 밝혔다.

아시아계를 겨냥한 이런 인종차별적 공격과 조롱, 혐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 이후 더욱 심각해졌다.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인종차별을 추적하는 비영리단체 ‘스톱 AAPI 헤이트’는 2020년 3월부터 2021년 9월 사이 1만 건이 넘는 공격과 혐오행위가 발생했다고 집계했다.

에일린 구 역시 예전에 미국 샌프란시스코 약국에서 한 남성이 그녀와 그녀의 할머니를 향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중국 기원설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두려움에 떨며 들은 적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작가이자 문화평론가인 제프 양은 “아시아계 미국 여자 선수들은 다른 많은 분야의 아시아계 미국 여성 대부분처럼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때만 가치 있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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