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격전 만큼 거센 에너지전·사이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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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가 27일 바르 샤바 인근 렘벨슈치즈나에 있는 가스 수송기지에서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 조치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러시아 가스관 봉쇄에 EU “대체분 수급”
의존도 높은 탓 벌써부터 단일대오 균열···
러 해커, 두 달간 우크라 기관 37회 해킹

우크라이나 전쟁의 불길이 국경을 초월해 옮겨붙고 있다. 러시아가 자원을 무기 삼아 유럽에 공급을 중단하면서 에너지전(戰)으로 전선이 확대됐고, 사이버 공간에서도 정보전쟁이 확산하는 등 전쟁의 양상이 변주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총성 없는 전쟁’까지 비화하며 전장(戰場)을 넓히는 셈이다.

27일 미국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국경을 넘어 더욱 번질 거라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지역을 둘러싸고 점령ㆍ사수를 위한 지상전이 계속되는 상황에 새로운 형태의 전쟁이 더해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당장 에너지 자원을 두고 서방과 러시아의 팽팽한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이날 유럽연합(EU)은 러시아산(産) 화석연료 시대의 종말을 선언했다. 전날 러시아가 폴란드와 불가리아로 향하는 가스관을 봉쇄하며 에너지 무기화 방침을 노골화하자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러시아가 가스를 협박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현재 EU 주변국에서 대체분을 수급 중”이라고 밝혔다. 미 에너지부는 자국 에너지기업 두 곳을 대상으로 가스 수출 규모를 하루 1,415만㎥가량 추가 허용하면서 구원투수로 나섰다.

서방을 옥죄려는 러시아의 의도가 통했는지, 에너지 수급을 둘러싼 분열 움직임도 즉각 나타났다. 러시아에서 천연가스의 85%, 석유의 65%를 공급받는 헝가리는 루블화로 결제하라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요구를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 내 최소 10개 기업이 러시아 국영은행 가스프롬방크에 계좌를 개설했고, 4개 기업은 루블화로 대금까지 지불했다는 보도(블룸버그통신)도 나왔다. 러시아가 불을 댕긴 에너지전이 장기화할 경우 유럽의 반(反)러시아 단일대오가 무너질 수 있다는 얘기다.

온라인 네트워크에 침투, ‘악성 코드’를 심는 사이버 공격은 위력을 키우고 있다. 이날 마이크로소프트(MS)는 러시아 해커들이 우크라이나 핵심 기반시설과 주요 기관을 상대로 해킹에 나섰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냈다. 해커들은 전쟁 개시 후 이달 8일까지 37차례에 걸쳐 핵심 데이터를 파괴하거나 악성 소프트웨어를 뿌리는 방식으로 전선을 형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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