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4-2015] ‘장고 모드’ BBCN…한미 애탄다

792

합병제안 관례상 이번 주말이 결정시한

시간 끌수록 내부 분열·기업가치 피해

한미은행의 공개 합병제안을 받은 BBCN 은행이 장고에 들어갔다. 통상 2주 이내에 회신하는 것이 관례로 1차 결정시한이 당장 이번 주말로 닥쳤지만 수면 아래서 미미한 움직임이 감지될 뿐이다. 미리 모든 패를 보여준 한미는 몸이 달아오르고 있다.

2일 한인은행권에 따르면 BBCN은 동원 가능한 모든 어드바이저들과 머리를 맞대고 한미 측이 제시한 합병제안을 검토 중이다. 최고 경영진과 기획 등 관련 부서는 물론, 외부 컨설팅 업체와 법률 전문가까지 총동원됐다.

BBCN 이사회의 한 관계자는 “지난주 예고도 없이 공개적인 합병제의를 받았고 추수감사절까지 끼어 있어 심도 있는 검토와 스터디를 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경영진의 전언이 있었다”며 “한미와 윌셔 중 어느 쪽과 합병하는 것이 더 나을지에 대한 경영진의 보고서가 완성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업 간 인수와 합병을 주관하는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합병 등의 제안 이후 ‘2주일 룰’이 관례처럼 통한다. 기업 가치에 막대한 변화를 초래할 중대한 결정이 늦춰질수록 투자자들이 느끼는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극비리에 진행하는 합병 논의도 기관투자자들의 정보망에 걸려 주가가 출렁거리게 마련”이라며 “하물며 이번처럼 논의가 공론화된 상태에서는 결론이 늦어질수록 내부 분열과 통제불능, 기업가치 하락 등 양측 모두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BBCN 이사회가 경영진이 준비 중인 보고서의 내용을 놓고 긴장감이 커지는 한편 한미는 목이 타는 상황이다. 한미는 공개 합병논의를 발표한 지난달 23일 이후 나스닥 시장에서 2일까지 6거래일 간 주가가 6.73% 하락했다. BBCN이 1.87%, 윌셔가 3.18% 상승한 것과 대비된다.

한미은행 고위 관계자는 “2주 이내에 답이 오길 기대하지만 추수감사절 등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기 때문에 상대편도 검토에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느낀다”며 “현재로선 긍정적이고 빠른 결정을 바랄 뿐”이라고 말을 아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빨리 BBCN 경영진의 검토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하루 이틀 전에 전격적인 이사회 소집 통보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BBCN 이사회의 또 다른 원로도 “평소와 달리 수시로 이메일을 체크하며 보드 미팅 일정을 체크하고 있다”고 말해 한껏 고조된 긴장감을 대변했다.

은행 합병에 정통한 한 은행 고위 관계자는 “어떤 은행과 합병하면 어떤 효과가 나올까를 예측하는 건 이사회 멤버나 최고 경영진이 항상 하는 일로 BBCN도 이미 여러 차례 시뮬레이션 해 봤을 것”이라며 “숫자로 가늠할 결론은 어렵지 않게 도출하겠지만 그래도 결론이 미뤄진다면 그만큼 통합은행의 경영진 구성에 관한 헤게모니 싸움과 승계 등의 부가적인 정치적인 사안이 주된 요인으로 발목을 잡고 향후 성사여부 마저도 가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류정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