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열차 충돌, 결국 ‘인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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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장, 열차 정체에 다른 선로 지시” 양방향 신호등도 모두 작동 안해

역장은 잘못된 선로 변경 지시를 내렸고, 신호기도 고장이 난 탓인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즐거운 주말 여행을 다녀오던 승객 40명 이상이 숨진 그리스 열차 충돌 참사는 결국 전형적인 인재(人災)였다.

이에 더해 여전히 수동으로 운영되고 있는 그리스 열차 관제 시스템도 이번 참사의 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시민들의 분노는 전국적 시위로 번졌고, 철도 노동자들도 ‘철도 시스템 노후화’가 근본적 문제라며 파업에 돌입하는 등 후폭풍도 거세지는 모습이다.

그리스 경찰은 120명 이상의 사상자를 낳은 열차 충돌 사고와 관련, 1일(현지시간) 라리사역 역장(59)을 과실치사 등 혐의로 체포했다. 전날 자정 직전 그리스 중부 테실리아주 라리사 부근에서 같은 선로로 마주 달려오던 여객열차와 화물열차가 정면충돌한 데에는 역장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정확한 충돌 경위는 수사 중이지만, ‘인재’로 볼 만한 정황은 너무나 뚜렷하다. 사고가 난 여객열차는 수도 아테네에서 출발해 북쪽 도시 테살로니키로 향했다. 반대편에서 마주 오던 화물열차는 테살로니키에서 중부 라리사를 향해 남쪽으로 달리고 있는 중이었다. 외신들은 라리사 역장이 잘못 내린 명령이 이번 사고를 낳은 직접적 이유라는 게 경찰 판단이라고 보도했다.

그리스 ERT방송 등 현지 언론들도 “라리사역 부근에서 열차 정체 현상이 일어나 역장이 해당 여객열차에 선로 변경 지시를 내린 게 사고 원인”이라고 짚었다. 영국 BBC방송은 “역장은 과실에 의한 살인과 과실에 의한 중상해 혐의로 기소됐지만, 그는 모든 혐의를 부인 중”이라고 전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막을 수 있었던 인재’라고 입을 모았다. 그리스의 철도 안전 전문가인 아나스타시오스 데데스는 ‘철도 신호기’의 고장을 문제 삼았다. 그는 “선로가 비어 있는지 알려주는 게 신호기 역할”이라며 “양방향 신호등이 모두 작동하지 않았고, (여객열차의) 기관사는 역장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스 철도노조는 “열차 관제 시스템이 여전히 수동으로 운영 중”이라며 노후화한 철도 시스템을 근본적 문제로 꼽았다. 노조는 사고가 난 노선인 ‘헬레닉 트레인’이 2017년 이탈리아 기업에 인수된 후 철도의 현대화가 부쩍 더뎌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2일 파업에도 나설 계획이다.

사상자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최소 43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고, 여객열차에 탑승한 약 350명 가운데 50~60명은 아직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들은 아테네와 테살로니키를 비롯, 각 지역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분노로 들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