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나가신다… 전기차는 비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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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가격에 충전소 부족 여파로 미국 내 전기차 판매가 둔화세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가 급등세로 돌아서면서 자동차 업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로이터]

▶ 충전소 부족·비싼 가격에 본격 판매 둔화세 접어들어

▶ 하이브리드 76% 판매 급등…연비·편의성에 인기 상승

판매가 급증하면서 잘 나가던 전기차 판매에 이상 징후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수요 감소에 따른 판매 신장세가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전기차 완성 업체의 전기차 생산 감량으로 이어졌다.

지난 10월 제너럴모터스(GM)는 내년 중반까지 전기차 40만대를 생산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차종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던 계획을 철회했다. 미시건 주에 건설하기로 했던 전기차 공장 가동 시점도 1년 연기하는 대신 내연기관과 전기 배터리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생산을 재개하기로 했다.

포드도 머스탱 마하-E전기차 생산을 줄이고 배터리 공장 등 전기차와 관련된 12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연기한다고 지난 10월에 발표했다. 포드는 향후 5년 내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이 4배 가량 늘어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전기차 생산을 줄이고 대신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을 늘리겠다는 전략적 수정인 셈이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의 마이클 크레브스는 “소비자가 전기차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줄어들면서 자동차업체들이 장밋빛 전망에서 현실로 돌아섰다”며 “그래서 업체들은 전기차 출시를 늦추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방정부의 보조금 혜택과 정책적 지원을 등에 업고 판매가 급증하면서 승승장구하던 전기차 판매에 제동이 걸렸다. 미국의 전기차 구매 수요가 둔화세를 보이면서부터다. 전기차 판매가 둔화세를 보이고 있는 틈을 하이브리드 차량이 빠르게 메우면서 미국 자동차 산업의 무게 중심이 하이브리드로 옮겨가고 있다.

26일 워싱턴포스트(WP)와 AP 통신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개솔린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전기차로 전환을 위해 최대 7,500달러의 세금 공제 혜택(보조금)을 지원하며 장려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미국 내 전기차 구매 수요가 둔화하면서 전기차 전환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제이디파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판매된 전기차는 86만9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56% 늘었다. 하지만 성장세는 2년 전보다 둔화했다. 전기차가 미국 내 전체 자동차 판매에 차지하고 있는 비율이 7%에 머물고 있어 아직 갈 길이 멀다.

AP통신은 자동차 구매 수요가 둔화세를 보이고 있는 사이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빈 자리를 메우면서 빠른 판매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전문 웹사이트 에드먼드닷컴에 따르면 올해 현재까지 미 전역에서 판매된 하이브리드 차종은 100만여대를 넘어서 전년에 비해 76%나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판매량 하락에서 반등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는 하이브리드 차종에 비해 전기차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것이 영향을 미쳤다.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11월 기준 미국에서 판매되는 전기차의 평균 가격은 5만2,345달러로 전체 시장의 평균 가격보다 약 8.5% 높았다. 이에 반해 하이브리드 차량의 평균 가격은 4만2,000달러로 전기차에 비해 1만달러 정도 낮은 수준을 보였다.

충전소 부족도 하이브리드 판매 신장에 한몫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오는 2026년까지 전기차 충전소 50만개를 구축하고 이를 위해 보조금 75억달러를 지급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신규 충전소 건설이 지연되면서 지원 예산도 부족해진 상황이다.

높은 가격과 부족한 충전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전기차를 탈 생각이 없는 전기차 구매 수요층의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이탈을 막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