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 시비 털어낸 트럼프, 재선 도전 ‘탄력’…사법리스크는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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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공화, 대법원 판결에 역공 모드…”자격박탈 시도는 선거개입”
▶ 대법원, 내란 혐의 판단은 안해…트럼프 회견서 면책특권 강조하며 압박

공화당의 대선 후보직 확정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대통령 후보 자격 시비 문제를 털어내게 되면서 재선 도전에 탄력을 받게 됐다.

대규모 대의원이 걸린 슈퍼화요일을 하루 앞두고 연방 대법원이 출마 자격을 유지하는 판결을 내리면서다.

연방 대법원은 자격 시비의 발단이 된 내란 선동 혐의에 대해서는 판단을 하지 않았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민주당 성향의 일부 주(州)가 후보 자격 박탈을 시도한 것을 대선 개입으로 규정하고 공세에 나섰다.

◇ 연방 대법원, 내란에 대한 판단 없이 트럼프 자격 유지

연방 대법원은 이날 1·6 의사당 폭동 사태와 관련, 내란 선동을 이유로 주(州)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후보 자격을 박탈한 콜로라도주 대법원의 판결을 뒤집었다.

앞서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헌법 14조 3항을 근거로 지난해 12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주 경선 등의 투표용지에서 제외할 것을 주 정부에 명령했다.

헌법 14조 3항은 미국 정부 관리 등으로 헌법 수호 서약을 한 자가 폭동·반란에 가담하거나 적에게 원조나 편의를 제공한 경우 연방 상·하원 의원이나 대통령 및 부통령을 뽑는 선거인 등이 되거나 공직을 맡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콜로라도주 대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연방 대법원에 상소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지난달 구두 변론 과정에서 명시적으로 조문에 거론되지 않은 대통령은 예외이며 해당 헌법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의회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의 연방 대법관들은 당시에도 콜로라도주 대법원이 14조 3항을 적용한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으며 진보 성향의 대법관들도 해당 법리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특히 보수 성향의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콜로라도주 판결이 유지될 경우 다른 쪽에서도 자격 박탈 소송을 낼 것”이라면서 당파적 싸움으로 번지게 되면 “민주당 후보가 누가 됐든 일부 주의 투표용지에서 제외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일부 주가 대선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당시에도 연방 대법원이 콜로라도주 대법원의 판결을 뒤집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연방 대법관 9명 전원은 실제 이날 “헌법은 주 정부가 아닌 의회가 해당 조항을 집행할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면서 당시 예상과 일치한 판결을 내렸다.

연방 대법원은 헌법 조문 집행 권한에 대한 기술적인 이유로 하급심 판단을 뒤집으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내란 가담 혐의 등에 대해서는 실체적인 판단 자체를 하지 않았다.

이는 정치적 논란 등을 피한 것이라고 AP 등 미국 언론은 분석했다.

보수 성향의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은 보충 의견에서 “미국 국민들이 이번 결정을 통해 분열이 아닌 공통점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 민주측 후보자격 박탈 시도 봉쇄…트럼프·공화 “극좌파의 위헌적 선거개입” 공세

대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후보 자격을 아예 박탈하려던 민주·진보 진영의 시도는 불가능하게 됐다.

콜로라도주 대법원에 이어 지난달 말 일리노이주 법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州) 대선후보 자격을 박탈했으며 메인주에서는 주 정부가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들 주의 주지사는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나아가 연방 대법원은 내란 선동자에 대한 자격 박탈을 위해서는 의회의 입법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힘으로써 법정 투쟁을 통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출마 저지는 사실상 봉쇄된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 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리나 케이건, 커탄지 브라운 잭슨 등 진보성향의 대법관 3명은 보충 의견을 통해 “오늘 (대법관) 다수는 사건의 필요성을 넘어서 (헌법 수호) 선서를 위반한 내란자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금지하는 헌법 조항을 제한하는 데까지 갔다”라고 비판했다.

보수 성향의 배럿 대법관도 같은 의견을 냈다.

이는 헌법 14조 3항의 적용 권한이 의회에 있다는 데는 9명의 대법관이 모두 동의했지만 내란 선동자에 대한 후보 자격 박탈이 사법적 검토를 전제로 입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4명의 대법관이 반대하면서 분열을 드러낸 것이라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방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자신의 후보 자격 박탈 시도 자체를 바이든 대통령에 의한 정적 공격으로 규정하고 반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낮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나는 바이든에게 (사법기관을) 무기화를 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 “당신의 싸움은 스스로 싸우라”고 말했다.

이어 “선거 승리를 위해 당신의 적을 공격하고, 당신의 적을 손상시키기 위해 검사와 판사를 이용하지 말라”면서 “미국은 그런 걸 용인하지 않는 나라”라고 말했다.

공화당측 인사들도 공세에 가세했다.

로저 마셜 상원의원(공화·캔자스)은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극좌파의 끝없는 정치적 마녀사냥에도 불구하고 헌법과 민주주의는 승리했다”라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케호 미주리 부지사도 엑스에 “연방 대법원의 결정은 미국 선거의 완결성을 보호하기 위해 중요하다”라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주 투표 용지에서 제거하려는 시도는 위헌적이며 선거 개입”이라고 말했다.

다만 연방 대법원의 후보 자격 유지 결정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 자체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특히 연방 대법원은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혐의 등으로 4차례 형사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면책 특권 주장에 대해 심리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연방 항소법원은 앞서 전직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시절 행위에 대해 면책특권이 부여되지 않는다고 판결했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이에 불복해 항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연방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향후 100년, 200년 회자될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평가한 뒤 더 나아가 “나는 대통령들에게 전적으로 면책 특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전직 대통령이 재임 중 행위로 인해 처벌받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만약 대통령이 완전한 면책특권이 없다면, 대통령은 (사실상) 없는 것”이라면서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누구도 결정을 내릴 용기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하면서 연방 대법원을 압박했다.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의 면책 특권 주장이 연방 대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결과 뒤집기 의혹 등에 대해 재판을 받게 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와 별개로 대규모 벌금이 부과된 민사소송도 진행 중이다.

앞서 로이터통신이 입소스와 공동으로 지난달 9∼12일 1천237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공화당 응답자의 25%, 무소속 응답자의 절반가량은 각각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범죄 혐의로 유죄를 받을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리스크가 대선 본선에서 유권자들의 표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