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의 영화세상] 우물 파는 남자의 딸 (The Well Digger’s Daughter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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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 영화 칼럼니스트

봄입니다. 4월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프랑스 영화를 소개합니다.

1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기 직전, 남부 프랑스의 시골 마을에 중년의 홀아비 ‘파스칼’이 살고 있습니다. 평생 우물 파는 일이 직업인 그는 가난하지만 자존심이 강하고

정직합니다. 죽은 아내는 딸 여섯을 남겼습니다. 특히 둘째 딸 ‘파트리샤’는 예쁘고 총명합니다. 파리의 한 귀부인이 어린 파트리샤가 마음에 들어 그녀를 파리로 데려가서 학교에 보내고 교양을 쌓게 합니다. 파트리샤는 18살이 되자 어린 동생들을 돌보고 아버지를 돕기 위해 집으로 돌아옵니다.

파스칼은 딸 파트리샤가 삶의 기쁨이고 자랑입니다. 파스칼의 동료인 노총각 ‘펠리페’는 파트리샤에게 반해 그녀와 결혼하고 싶어합니다. 딸을 끔찍히 아끼는 파스칼은 훌륭한 사윗감을 원하지만 착하고 성실한 펠리페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펠리페는 결혼을 하더라도 파스칼 가까이에서 살겠다고 약속합니다. 게다가 낡았지만 작은 자동차도 있습니다. 파스칼은 펠리페가 딸과 사귀는 것을 허락합니다.

파트리샤는 아버지에게 점심을 날라 주다가 낯선 남자를 만납니다. 그는 신발을 벗고 개울을 건너려는 파트리샤를 번쩍 안아올려 건너편 언덕에 내려줍니다. 젊고 아름다운 청춘 남녀는 첫 눈에 서로에게 강하게 끌립니다. 그는 부유한 읍내 상점 주인의 아들 쟈크입니다. 공군 조종사인 쟈크는 발령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파트리샤는 펠리페가 에어쇼에 같이 가자는 청을 수락합니다. 펠리페는 데이트를 하려는 목적이지만 파트리샤는 에어쇼에 쟈크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에어쇼에서  재회한 쟈크와 파트리샤는 펠리페 몰래 따로 둘만의 시간을 갖습니다. 쟈크는 다음 날 언덕 위에서 만나자고 약속합니다. 하지만 갑자기 내려진 명령으로 쟈크는 그날 밤 전선으로 떠납니다. 쟈크는 어머니에게  파트리샤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자신의 편지를 그녀에게 전해줄 것을 부탁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파트리샤는 약속 장소에서 쟈크를 기다립니다. 쟈크의 어머니는 멀리서 파트리샤를 보고 아들의 편지를  불태웁니다.

나중에 쟈크가 전장으로 떠난 사실을 알게 된 파트리샤는 버림받았다고 믿습니다. 파트리샤는 아버지에게 자신이 쟈크의 아이를 가진 것을 고백합니다. 파스칼은 충격을 받고 어쩔 줄을 모릅니다. 펠리페도 징집이 되어 떠납니다. 펠리페는 임신한 파트리샤에게 청혼하면서 아이까지 받아들이겠다고 합니다. 파트리샤는 거절합니다.

고민하던 파스칼은  딸 여섯에게 가장 깨끗한 옷을 입히고 자신도 양복을 입고 쟈크의 부모를 찾아갑니다. 딸의 상황을 설명하고 받아들일 것을 부탁합니다. 쟈크의 부모는 가난한 노동자 집안의 딸을 인정할 수 없다고 거절합니다. 파스칼은 태어날 아이는

자신의 성을 붙여서 키우겠다고 선포합니다. 그리고 딸의 명예를 위해 파트리샤를 누이동생이 사는 외딴 마을에 보내서 아이를 낳게 합니다.

사랑하는 딸의 불행에도 파스칼은 묵묵히 우물을 팝니다. 그 사이 쟈크의 전사 통지서가 날아오고 쟈크의 부모는 비탄에 빠집니다. 파트리샤는 아들을 낳습니다. 딸만 여섯을 본 파스칼은 귀여운 사내 아이에게 첫눈에 반합니다. 결국 딸과 손주를 집으로 데려옵니다. 나중에 죽은 줄 알았던 쟈크가 살아 돌아옵니다. 쟈크와 그의 부모는 파스칼의 집에 찾아와 정중하게 사과를 하고 정식으로 청혼을 합니다. 파스칼의 주름지고 그을린 얼굴에 비로소 긍지와 기쁨의 미소가 번집니다.

프랑스 작가 ‘마르셀 파뇰’의 소설을 영화화 했습니다. 플롯은 단순하고 고전적입니다.

평생 힘든 일을 하면서도 정성껏 딸들을 돌보는 아버지의 사랑과 희생, 고독을 그렸습니다.

소박하고 서정적인 남불 지방의 모습이 촉촉하고 평화롭게 펼쳐집니다.

어디서나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나뉘는 현실은 냉혹하고 슬픕니다. 그럼에도 그 아들 딸들의 순수한 사랑은 무모하고 거침없습니다. 자랑이었던 딸이 미혼모로 전락하는 불행에도 딸을 감싸고 책임지는  눈물겨운 부정과 부잣집 사돈에게 비굴하지 않는 인간으로서의 당당함이 잔잔하게 감동적입니다. 화집 속 풍경같은 아름다운 화면과 섬세하고 속삭이는 듯한 음악이 좋습니다. 극적인 사건이나 지나친 감정 대립 없이도 ‘르노아르’나 ‘세잔’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 같은 즐거움과 만족, 따뜻함이 충만한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