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방불 칠레 시위 11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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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21일 반정부 시위대가 바리케이드에 불을 붙인 채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AP]

지하철 요금 인상에 촉발
지난 주말 최악 치달아

지하철 요금 인상으로 촉발된 시위가 칠레 전역을 며칠째 뒤흔들고 있다. 고질적인 빈부격차와 사회 불평등으로 쌓였던 분노가 한꺼번에 터지면서 시위가 날로 확산하는 가운데 정부는 강경한 발언으로 시위대를 자극하면서 출구가 보이지 않는 혼란이 지속하는 양상이다.
21일(현지시간) 수도 산티아고를 비롯한 칠레 전역에서는 정부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다. 산티아고에 배치된 1만 명 가까운 군인과 경찰들이 물대포와 최루탄으로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과격한 물리적 충돌도 잇따랐다.
이번 시위는 지난 6일 정부의 산티아고 지하철 요금 인상 이후 시작됐고, 지난 18일 오후부터 빠르게 격렬해졌다. 지하철역 방화와 혼란을 틈탄 수퍼마켓 약탈 등이 이어지면서 주말새 사망한 사람이 11명에 달한다. 수퍼마켓과 의류 창고 화재로 숨진 이들도 있고, 진압 과정에서 사망한 이도 있다. 다친 민간인도 239명에 달하고 연행된 이들도 2천 명을 넘어섰다고 칠레 정부는 밝혔다.
21일은 전쟁같은 주말을 보내고 처음 맞은 평일이지만 교통 마비가 이어진 탓에 많은 학생과 직장인들이 학교와 일터에 가지 못했다. 산티아고 등 곳곳에 휴교령이 내려졌고, 직장들도 재택근무를 권장하기도 했다.
산티아고 스탠포드호텔의 총지배인인 이재성 씨는 “직원들 출퇴근이 힘들어 식당 영업시간을 단축했다”며 “투숙객 예약도 거의 취소됐다”고 전했다.
칠레 정부는 이날 밤도 산티아고 등 주요 도시에 야간 통행금지령을 발령했다. 시위가 격화하자 지하철 요금 인상을 철회하고 대화를 제안했던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은 전날 담화에선 대화를 언급하지 않은 채 폭력시위를 규탄했다.
피녜라 대통령은 칠레가 지금 “전쟁 중”이라며 “아무것도 존중하지 않고 폭력과 범죄를 거리낌없이 사용하는 강력하고 무자비한 적들과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시위의 근본적인 원인을 외면한 채 폭력시위를 비판하거나 강경 대응을 고수하는 정부의 태도가 시위대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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