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경제 강하다”더니···시장 불안만 키운 ‘파월의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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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국립보건원(NIH) 백신연구센터를 시찰하면서 연구원이 바이러스 모형을 들고 설명하는 것을 경청하고 있다.[연합]

연방준비제도제롬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
S&P “2분기 미성장률 1% 초반”
영 “팬데믹땐 세계 성장률 1.1%”
트럼프 추가인하·양적완화 요구
시장선 “재정정책 동반해야”지적

 

3일 오전10시(현지시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전격적으로 금리 0.5%포인트 인하를 발표하자 주식시장이 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15분이 채 안 돼 주가가 출렁이기 시작하더니 오전11시가 넘어 진행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 뒤 완연한 하락세로 돌아섰다. 결국 미국 주요 지수는 이날 2.8~2.9% 떨어진 채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파월 의장이 되레 화를 키웠다고 보고 있다. 당장 파월 의장이 “미국 경제는 강하다”면서도 긴급하게 금리 인하에 나선 것을 두고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엘 에리안 알리안츠 선임 경제고문은 “연준이 금리를 0.5%포인트 낮춘 것은 위급상황이라는 점을 의미하는데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가 강하다면서 보험성 금리 인하라고 했다”며 “시장과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가 공급망을 고치지는 못할 것”이라며 “소비와 신뢰 손상을 완화하고 금융시장의 혼란을 방지하기를 바란다”며 스스로 한계를 시인하기도 했다. 시장이 급락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연준이 급하게 금리를 낮추면서 지금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주목하지 않던 투자자들이 코로나19의 위험을 느끼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미 경제방송 CNBC의 간판 진행자 짐 크레이머는 “연준의 긴급한 금리 인하로 코로나19의 경제적 위험에 대해 더 걱정하게 됐다”고 전했다.
실제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코로나19 리스크는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 공급 쇼크에 중국의 수요 위축, 여행과 숙박 업계 침체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내 소비 감소 우려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레이팅스는 “빠르게 퍼지는 코로나19가 미국 경제에 실질적 역풍”이라며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충격이 오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미국의 1·4분기 경제성장률을 2.2%(연환산 기준)에서 1%로 낮춘 S&P는 이날 코로나19 사태로 2·4분기 성장률도 1%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의 경제분석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도 코로나19가 팬데믹이 되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은 1.1%로 기존 전망치(2.3%) 대비 반토막이 날 것이라고 점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추가 금리 인하와 양적완화(QE)를 주문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의 금리 인하 이후 트위터에 “연준이 금리를 내리고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다른 나라들 및 경쟁자들과 금리를 맞추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연준이 선도할 시간”이라며 “보다 완화하고 낮춰라”고 주장했다. 금융시장의 긴장 분위기를 감안하면 연준이 오는 17~1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체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중 연준이 금리를 0%로 조정할 가능성이 50%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통화정책만으로는 부족하며 재정정책이 동반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앞서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주요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콘퍼런스콜에서는 재정정책을 포함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선언적 수준에 그쳤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에 관한 한 연준이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며 “반면 재정정책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많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여름이 되면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서 경기가 반등할 것이라는 예상도 끊이지 않는다. <뉴욕=김영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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