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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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은퇴하는 김부웅 소아과 전문의

시카고지역 최초의 한인 소아과 전문의로 지난 1975년부터 45년간 한인을 비롯한 어린이들의 건강을 지켜온 김부웅(사진, 79) 전문의가 오는 30일 은퇴를 앞두고 소회를 밝혔다.

시카고에서 그의 진료를 받지 않은 한인 어린이들은 거의 없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그는 오랜 세월동안 아이들이 아플 때 부모들에게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제공하는 의사이자 큰 위로자의 역할을 해왔다. ‘새벽에 갑자기 아이의 열이 올라 바로 전화했는데 친절하게 받아주시고 안심 시켜주셨다’, ‘이민 초기 생활이 넉넉치 않았을 때 김 선생님께서 무척 저렴하게 진료해주셨다’ 등 그에 대한 미담은 끝이 없다.

지난 24일 오후 파크리지 오피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한 김부웅 소아과 전문의는 “45년의 세월동안 시카고지역 어린이들을 진료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은퇴를 결정하고 좋은 후임들도 정했다. 부모님들께서 자녀들을 건강히 잘 키워서 이 사회에 크게 공헌할 수 있는 사람들로 키워내길 바란다. 무척 보람차고 큰 사랑을 느낀 세월이었다.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일리노이대(UIC)에서 레지던트 과정을 마칠 당시 시카고지역에는 한인 소아과 전문의가 없었다. 대학에 남는 것보다 개업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975년 7월 시카고에 병원을 개업해 10년간 진료했고, 한인 동포들이 서버브로 이사를 많이 감에 따라 나도 나일스에 지점을 열고 30년을 진료했다. 3년전에는 파크리지에도 오피스를 열었다. 초창기에 내가 진료한 한인 어린이들이 벌써 40대 중반이 훌쩍 넘어 한 가정의 아버지, 어머니가 됐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 분들도 많다. 감회가 남다르다”고 덧붙였다.

김 전문의는 “개업 후 37년간은 혼자서 주 6일을 일했다. 아이들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부모들의 마음을 알기 때문에 전화는 무조건 24시간 받았다. 하나님께 가장 감사한 것은 내가 지난 45년간 단 하루도 진료를 빠지거나 쉬지 않도록 건강을 지켜주셨다는 점이다. 아직도 나는 60세 같이 느껴진다. 내게 진료를 받은 사람들 중에 훌륭한 전문인들로 성장한 분들이 무척 많다. 그런 얘기를 들을 때면 큰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그는 “그동안 일만 하느라 골프도 배우지 못했다. 지금까지 내 모든 인생은 소아과 전문의로 살았다. 하나님께서 건강만 주신다면 앞으로의 삶은 신앙인으로서 온전히 하나님을 위해 쓰고 싶다. 첫 1년간은 여행을 하고 싶기도 하다. 해외 의료 선교에 소망을 두고 해외 사역지들을 방문해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고 싶다. 쉬어본 적이 없어서 구체적인 계획을 구상하진 못했다. 확실한건 이제부터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940년 대구에서 태어난 김부웅 전문의는 경북의대를 졸업후 1968년 7월 뉴욕으로 도미해 링컨병원에서 레지던트, 알버트 아인슈타인병원 소아과에서 펠로우십, UIC 의대에서 소아 심장병 레지던트 과정 등을 마친 후 개업했다. 부인 김명옥씨와 결혼해 1남 3녀를 뒀다. 그의 후임은 제니 하슬라(시카고 오피스)와 조나단 안(파크리지 오피스) 전문의다.<신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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