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강 침몰 이스트랜드 유람선 사고 100주기 재조명
시카고 강에 전복된 대형 증기 유람선 이스트랜드호.<AP>
탑승객 844명이 사망·실종된 대형 증기 유람선 이스트랜드호 침몰사건이 24일로 사고 발생 100주기를 맞는다.
시카고시와 ‘이스트랜드호 참사 역사학회’(EDHS)는 지난 1915년 7월 24일 시카고 강에서 발생한 이 사건을 추모하기 위해 오는 26일까지 다양한 추모 행사를 열 예정이다. 오대호 사상 최악의 참사로 기록되고 있는 이 사건을 역사적 교훈으로 되새기기 위한 다양한 움직임도 일고 있다.
EDHS는 “844명의 사망·실종자를 기리기 위해 24일 오후 8시44분 어느 곳에 있든지 잔을 들어 추모하자”고 제안했다. 24일 오후부터 25일에는 시카고 강변에서 추모식이 열리고 콘서트, 촛불 집회, 희생자 가족 모임 등도 예정돼 있다. 100주기 기념 티셔츠와 희생자 사진을 새겨넣은 수제 맥주 등 관련 상품도 다양하게 출시됐다.
사고 유람선은 통신장비제조업체 ‘웨스턴 일렉트릭’ 직원 가족 연례 야유회를 위해 전세 계약을 맺고, 미시간호 남단에 있는 인디애나주 미시간시티까지 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배는 출발도 하기 전인 오전 7시쯤 시카고 강 클락스트리트 교각 인근 선창에 매인 채 전복됐다. EDHS는 “5분 사이 삶과 죽음이 갈렸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희생자 다수는 갑판 아래 갇혀 있었으며, 가족 전원이 숨진 사례도 22건이나 됐다.
사고의 주요 원인은 승객이 탑승 수용 한계치인 2천572명에 달한데다가, 1912년 발생한 영국 유람선 타이타닉호침몰 사건 이후 정부 지시로 진행된 구명정 개조 작업 과정에서 선박 무게가 더 늘어난 탓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선박의 균형 유지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데도 선박 소유주가 이를 고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사고는 세계 제1차 대전 중에 발생해 책임자 처벌은 커녕 정확한 원인조차 규명되지 않고 조용히 묻혀 지나갔다.
그러다 83년이 지난 1998년, 사고 생존자의 후손들이 주축이 돼 EDHS를 구성해 사건 당시 언론 보도와 증언 등을 수집·연구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100주기를 앞둔 지난 2월에는 참사 현장을 담은 55초 분량의 동영상이 우연한 계기로 최초 공개되기도 했다. 시카고지역의 한 대학원생이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시카고’에 관한 논문을 위해 네덜란드 ‘아이 필름 인스티튜트’온라인 자료실을 뒤지던 중 사고 동영상을 발견, EDHS에 제보했다. 또 최근에는 시카고 트리뷴지 건물 지하에서 당시 현장을 찍은 사진들이 한꺼번에 나오기도 했다.
EDHS측은 “새로이 발견된 자료들이 이스트랜드호 참사를 기리고 희생자 가족들이 감정적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더 많은 이들에게 역사의 교훈을 알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