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피트 떨어지기는 ‘새 에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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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법
마켓이나 길에서 마주치면
내가 먼저 피하는 배려를

자가격리와 사회적 거리두기의 시대에 바이러스 전염을 막는 뉴 에티켓이 생겨났다. 과거에는 악수를 하거나 문을 열어 주거나 이웃이 물건을 잔뜩 들고 있을 때 도와주는 행동이 에티켓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바꾼 세상은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새로운 에티켓을 숙지하게 했다.

최선책은 집에 머무르는 것이지만 외출이 불가피할 때는 6피트 이상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필수다. 지금 당장 물리적 거리 두기에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이 모두가 새롭기 때문이다. 마켓에서 줄을 서면 뒤에 바싹 붙어 있고 길을 걸을 때도 아주 가까이서 즐겁게 이야기하는 데 익숙하다. 이렇게 오랜 세월 몸에 배인 행동 패턴을 하루 아침에 바꾸는 건 어려운 일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이 필수불가결한 시점에서 익혀야 할 뉴 에티켓을 10일 LA타임스가 제시했다.

▲기분 상하지 않게 다정한 말투로 부탁하기
에밀리 포스트 인스티튜트 회장이자 현대 에티켓에 관한 다수의 책을 쓴 저자 리지 포스는 “팔을 휘저으며 뒤로 물러나라는 표현은 상대방이 잘못하고 있다는 지적처럼 들린다. 좀더 다정하게 기분 상하지 않고 위협처럼 보이지 않도록 ”미안하지만 6피트 거리를 유지하려 노력 중인데 공간을 좀더 두실 수 있을까요?”라고 말하기를 권유한다.

▲보건당국의 권고사항을 함께 지키자는 권유
자기 주장을 펼치는 데 익숙하지 못하다면 권위를 빌려 말하는 것도 좋다. 직장 조언 블로그인 ‘매니저에게 물어봐’(Ask A Manager)의 작성자 앨리슨 그린은 보건당국을 살짝 언급하며 “6피트 거리를 두는 걸로 알고 있는데 조금만 더 뒤로 가주실래요?” 혹은 “6피트 떨어지라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권고가 있어요. 거리두기를 지킵시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속는 셈치고 다른 사람을 믿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 모두가 6피트 거리 유지에 익숙하지 않아서 상대방이 어디에 서있는 지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을 수 있다. 앨리스 그린은 “완전히 무시한다거나 어떤 점을 지적하려 한다는 가정을 하지 말라. 따뜻하고 친절한 말 한마디면 된다. 냉정한 말투는 상대방에게도 냉정하게 들린다”고 조언했다.

▲내가 먼저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무엇보다도 남에게 요구하기 보다는 ‘내가 먼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행하자. 조언 블로그 ‘캡틴 오커드’(Captain Awkward)의 운영자 제니퍼 피파스는 미국인들은 문화적으로 “왜 내가 먼저 움직여야 하는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조깅을 하거나 누군가 따라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내가 먼저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는 것이 현명하다.

USC 켁 의대의 바이러스 학자인 폴라 캐년 교수는 “6피트 거리 두기는 가만히 서 있을 때 적용되는 규칙이니 좀더 거리를 확보하는 게 좋다”며 도보나 상점에서 마주쳤을 때 상대방을 위한 친절하고 예의바르고 안전한 행동을 보이기를 당부했다. 캐년 교수는 “동네를 걸으며 누군가가 도보길을 걷고 있다면 도로를 선택해 걷는다. 10~20피트의 거리를 두고 걸으며 손을 흔들어 미소를 짓는 것. 배려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팬데믹 상황이 아니라면 보도에서 누군가 가까이 다가올 때 도망치듯 멀리 떨어지는 행동은 무례하게 간주되고 여전히 이상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 모두를 위한 가장 사려 깊은 행동이다.<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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