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0 문화산책] 007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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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계웅(문학평론가)

제임스 본드 영화 시리즈 21 번째 작품으로 ‘Casino Royale’이 선정되고, 1995년 17번째 작품 ’Golden Eye’의 Martin Campbell이 다시 감독을 맡게 되었는데 아직 본드 역할을 할 배우가 정해지지 않아 새로운 인물을 물색중이라는 신문 보도가 얼마 전에 있었다.

1962년 ‘Dr. No’로 Sean Connery가 첫 제임스 본드 역으로 데뷔한 이래 그 동안 본드 역은 Roger Moor를 비롯하여 Timothy Dalton과 근년에 Pierce Brosnan으로 이어져 왔는데, 박력 있는 본드 연기로 한때 쇠퇴기에 접어들었던 007 시리즈를 부활시켰다는 평을 듣고있는 브로스넌은 원래 MGM 영화사와 본드 역으로 4번 출연 계약이 되어있어 2002년의 ‘Die Another Day’로 만료가 됐지만, 재출연 요청을 받고서 영화 제작권을 소유하고있는 Broccoli 가족 측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브로스넌이 자진 포기했다고 하는데 그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으나 아무래도 금년 들어 53세라는 그의 나이가 문제가 된 게 아닐 가 싶다.

내가 007 영화를 처음 본 것은 대학 시절인 1963년 스칼라 극장에서였는데, 션 코너리와 이태리 미스 유니버스 출신 Daniela Bianchi가 본드 걸로 첫 데뷔되는 ‘From Russia With Love’로, 한글 제목은 ’위기일발‘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어서 ’닥터 노‘와  ’골드 핑거‘가 연차적으로 한국에 들어와 히트를 치자, 유사한 첩보 외화(外畵)들이 한때 서울의 극장가를 휩쓸었다. 007 작가는 Ian Fleming(1909-1964)으로, 2차 세계대전 때 영국 해군에서 정보 장교로 일한 자신의 경험을 소재로 삼아 첫 서스펜스 소설을 발표한 것이 ‘Casino Royale'(1952) 인데, 바로 이 작품에서 “007”이라는 에이전트 아이디 넘버를 가진 영국 첩보요원 James Bond가 소개된다.  그의 12편의 연작 소설들은 11개국어로 번역이 되어 1,800만 권 이상이 팔렸는데, 운 좋게도 케네디 대통령이 애독 한 소설로 신문에 소개가 되자 미국에서 즉시 베스트 셀러가 되고, 결국 007 영화로 할리우드에서 이제껏 시리즈로 계속 제작되어 각광을 받으며 지구촌 곳곳을 누비게 되었다. 그를 세계적인 007 인기 작가로 만들어 준 케네디 대통령과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는데, 1962년 백악관 칵테일 파티에 초대되었던 프레밍이 당시 쿠바의 카스트로 골머리를 앓던 대통령에게 카스트를 제거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으로 그의 카리스마적 권위는 새까만 턱수염에서 오기 때문에, 턱수염이 대기 중에서 방사능 물질을 흡수하여 암이나 불임증을 유발한다는 허위 보도를 퍼뜨리면, 카스트로가 턱 수염을 깎을 것이고, 결국은 권위를 상실해 실각할 것이라는 익살스런 말에, 대통령은 답례로 그의 소설을 한 권 읽기로 약속을 했다는 것이다.

하여튼 어언 40여 년이 넘도록 나는 아직도 007 영화를 즐기고 있으니 제임스 본드와는 참으로 끈질긴 인연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