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법칼럼] 무거운 공지(Bullet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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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언 변호사(법무법인 미래/시카고)

 

한국에서 나고 자란 1세 이민자분들에게 영어단어 Bulletin은, 회사나 학교에서 공지사항들을 압정으로 붙여두는 게시판 위에 어색하게 써둔 Bulletin Board 를 통해 본 게 대부분일 겁니다. 블루틴은 우리말 공지와 거의 개념이 일치합니다. 권위를 가진 곳에서 발행하는 간략한 지침 또는 안내 정도이지요.

미국영주권을 진행하는 거의 모든 사람이 경험하는 Bulletin 이 하나 있는데, 바로 비자 블루틴입니다. 이민자들의 관심사인지라 한인언론은 매달 중순 쯤 그 다음달 비자 블루틴의 내용을 알리는 뉴스를 표와 함께 꼭 보도합니다. 다음달 이민문호는 가족이민 4순위는 3주 진전되고 취업이민 1순위는 3개월 빨라졌습니다로 시작하는 기사가 바로 그것입니다.

미국에 영주권자가 추가되는 방식은 크게 두가지 방향입니다. 이미 미국에 들어와 있는 사람은 국토안보부 산하의 이민국을 통해 영주권카드를 받고, 외국에서 이민을 기다린 분은 국무부 산하의 해외주재 미국대사관에서 이민비자 인터뷰를 받고 미국에 입국하면서 영주권을 받는 것이지요. 따라서 그 두 부서를 통한 신규이민자 숫자를 합치면 총 미국내 신규이민자 합계가 나옵니다.

매달 초 국토안보부와 국무부 실무자는 정례회의를 합니다. 1년동안 법으로 쿼터가 정해진 신규이민자 숫자를 감안할때, 지난달 동안 추가된 이민자가 카테고리별로 몇명인지 따져 보고, 앞으로 전체적으로 어떻게 숫자를 통제할 것인가를 결정합니다. 그리곤 매달 중순쯤 다음달 비자블루틴을 발표하는 것이지요.

그동안 몇달간 군불을 지피더니 2020년 3월 비자블루틴에 드디어 지난 수년간 거의 정체가 없었던 3순위 취업이민 문호를 3년정도 후퇴시켰습니다. 학사학위자와 경력, 비경력 카테고리 취업이민자에게 영주권을 사실상 아예 주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적어도 몇달간 이 상황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 공지되어 있습니다만 한가지 희망은 있습니다. 이민쿼터는 연방정부 회계기준인 10월1일부터 9월 30일까지로 계산됩니다. 따라서 이번 3월의 발표는 9월에 종료되는 2020년 회계년도 동안의 3순위 취업이민 문호를 막았다는 것이며, 2020년 10월 비자블루틴은 새로운 쿼터의 시작이라 그동안의 선례에 따르면 완전히 다시 오픈되거나 적어도 상당한 진전은 있을 것입니다.

어쨌든 이제 과거 취업영주권이 5~6년 정도 걸리던 2010년 전후와 같은 시절로 가는가 하는 불안함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합법이민자의 총 숫자를 줄이겠다는 것이 트럼프의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그나저나 한국에서 제일 유명한 포털인 네이버 홈페이지에 최근 예전에 없던 Bulletin 이 하나 생겼습니다. 오늘의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숫자와 사망자 숫자를 매일 업데이트하기 시작한 것이지요. 우울한 기운이 한국은 물론 미주한인사회를 누르고 있습니다. 네이버 블루틴을 애써 외면하여 한국에서 뜻밖에 심하게 확산되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소식을 피하려 해도 이제는 미국내 언론에서도 한국상황을 의식하게 되는 상황으로까지 전개되는 것 같습니다. 부디 이 난리가 하루라도 빨리 마무리되길, 고국의 안위를 위해 기도합니다.(ryan@mirae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