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가려면 손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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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탑승 시 마스크 착용은 의무사항이 됐다.[LA 타임스]

■ 달라진 항공기 문화
미, 탑승객 마스크 의무
좌석 60% 정도만 예약
면역여권 소지 요구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계기로 항공 여행에도 ‘뉴 노멀(새로운 표준)’이 형성되고 있다. 항공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체크인, 입출국 심사부터 기내 화장실 이용까지 완전히 바뀐 모습이다.

18일 월스트릿저널(WSJ)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봉쇄 조치를 완화하기 시작하면서 항공기 운항도 미약하게나마 재개되고 있다. 그런데 운항 횟수가 줄어든 탓에 한 비행기에 탑승하는 고객들은 많아졌다. 이 과정에서 항공사들은 탑승을 꺼리는 고객들에게 안전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유럽 최대 저가 항공사인 라이언에어 여객기에 탑승한 승객들은 이제 화장실에 가려면 손을 들어야 한다. 승무원이 가도 좋다는 허락을 할 때만 화장실을 갈 수 있다. 화장실에 가기 위해 승객들이 좁은 통로 내에서 마주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미국의 모든 항공사들은 탑승객 전원에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마스크 착용을 한 명이라도 거부할 경우 이륙이 지연될 수 있고, 비행 도중에는 공항으로 되돌아가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대부분의 항공사들은 전체 좌석의 60% 수준만 예약을 받고 승객간 빈 좌석을 유지한다.

항공기 탑승 전 체온 측정은 이제 필수다. 에어프랑스는 출발 전 의무적으로 체온을 측정해 섭씨 38도 이상인 경우 탑승을 금지시켰다. 기존 우수 고객들을 위한 특별 서비스도 폐지했다. 대한항공과 에어캐나다 역시 열화상 감지 카메라 등을 활용해 승객이 보안점검을 받을 때 체온을 함께 측정하고 있다.

네덜란드 KLM항공 이용객은 건강 신고서를 작성해 서명해야 한다. 또다른 항공사들은 승객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적이 없거나 완치됐다는 서류가 첨부된 이른바 ‘면역 여권’을 소지토록 조치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항공사들에게는 좋은 소식이 아니라는 점이다. 항공업계 경영진들은 “지금 당장은 수요 자체가 위축돼 있어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에 따르면 항공사들의 수익분기점은 평균 77% 탑승률로 추산된다. 미국 프론티어항공은 고육지책으로 고객들이 빈 좌석 옆자리에 앉길 원한다면 39달러 수수료를 내도록 했다가 미 의회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WSJ은 코로나19가 그동안 미국 항공사들의 기록적 이익을 이끌어내는데 기여했던 수많은 (서비스) 관행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다양한 고객 서비스가 사라지면 수요회복 및 이에 따른 항공사들의 수익 개선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항공안전국(EUASA)은 각국에 배포한 권고안에서 항공사들의 점검만으로는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지연시키거나 완화시키는데 큰 효과가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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