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4명중 1명 꼴 ‘재택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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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는 직장인들의 근무 조건을 개선이라는 장점과 함께 노동 시간이 길어지고 양육 부담이 늘어나는 단점도 드러내고 있다.[로이터]

코로나 백신 나와도 기업 ‘뉴 노멀’ 추세
“삶의 질 개선” “노동시간 연장” 평가 맞서

LA 한인은행 본사에서 근무하는 한인 L모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8개월째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는 L씨는 재택근무를 하면서 예전에 사무실 근무에 비해 편하다고 했다. 불필요한 회의도 없고 출퇴근 교통체증에 따른 스트레스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에서 업무와 함께 초등학교 아이들을 보아야 하는 것은 L씨에게는 여전히 부담이다. L씨는 “재택근무가 내년까지 이어질 거라는 말이 회사에서 나오고 있다”며 “재택근무가 좋은 점도 있지만 일과 가정사를 함께 해야 하는 부담감은 재택근무의 어두운 면”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시작된 재택근무가 고용 시장에 주요 경향으로 자리잡으면서 내년에도 확산되어 미국 내 직장인 4명 가운데 1명꼴로 재택근무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코로나19 백신 보급에도 재택근무를 ‘뉴노멀’로 채택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코로나19 시대의 노동 시장의 풍속도를 바꿔 놓고 있다.

경제매체 CNBC는 프리랜서 고용 플랫폼인 ‘업워크’(Upwork)가 미국 내 1,000명의 중소업주를 비롯해 기업 인사담당자와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인용해 전체 직원 중 26.7%는 내년에도 재택근무를 지속할 것이라고 15일 보도했다.

‘미래 인력 경향 보고서’로 명명된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각 기업들이 코로나19 백신이 상용화되는 상황에서도 재택근무를 지속, 확장해 오는 2025년에는 3,620만명의 직장인들이 재택근무를 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해 87%나 급증한 수치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도입된 재택근무는 9개월이 지난 현재 41.8%의 미국 직장인들에게 적용되고 있어 코로나19 시대의 근무 형태로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재택근무의 유연한 업무 환경은 삶의 질을 개선시키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직장인들은 재택근무를 통해 불필요한 회의가 줄어서 좋다는 반응이 70%에 달하며 유연한 근무 시간이 장점이라고 답한 비율도 60%에 달한다. 통근시간이 절감된 것(54%), 근무 집중도가 높아진 것(44%), 그리고 자율성 확대(34%) 등도 재택근무에 따른 삶의 조건이 향상된 사례들이다.

기업도 우수하고 다양한 인재를 확보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또 직원 만족도 상승에 따른 이·퇴직률 하락으로 고용 관련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는 기업의 68%가 초기 시행 착오를 거쳐 기업 운영에 무리가 없다고 답해 생산성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재택근무의 어두운 면도 있다. 협업을 해야 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이나 신입 직원의 경우 업무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우려가 있다. 또한 주거지와 일터가 동일하다 보니 실제 노동 시간이 증가하는 문제와 아이를 함께 돌보아야 하는 문제는 재택근무가 대세로 가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다.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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