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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March 27,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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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도박 중독 확산… “이미 공중보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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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 필리스 경기 한 번에 100달러를 벌 수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때, 매장에서 이틀 동안 일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왜 다시 일을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27세인 로브 미닉은 이렇게 회상했다.

이후 6년 동안 그는 여섯 차례나 빚에 빠졌다. 도박 습관이 심화되면서 이를 감당하기 위해 두 번째 직업까지 가져야 했다. 그는 하루 평균 최소 8시간씩 베팅을 했다고 밝혔다.

온라인 스포츠 도박이 대중화되면서 청소년 도박 중독 문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텔레비전과 소셜미디어를 통한 광고가 어린이와 청소년의 도박 노출을 크게 늘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유명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가 등장하는 광고는 청소년들이 도박을 접하는 주요 경로가 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도박을 하는 성인 중 약 1%만이 중독을 경험하는 반면, 베팅을 하는 청소년의 경우 2~7%가 도박 중독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컬럼비아대 도박장애 클리닉 책임자인 나시르 나크비 박사는 “청소년의 뇌는 보상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를 먼저 발달시키기 때문에 도파민 자극에 쉽게 노출된다”며 “행동을 억제하는 능력은 그보다 늦게 발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13세 정도의 어린이들도 도박 중독 상담을 받으러 오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크비 박사는 “문제를 과장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는 이미 시작된 공중보건 위기”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도박 중독을 ‘점진적 질환’으로 규정한다.

맥길대 심리학 교수인 제프리 데레벤스키 박사는 “도박은 한 번에 중독되는 것이 아니라 점점 강도가 높아진다”며 “특히 젊은 남성의 경우 생리적 흥분을 유지하기 위해 더 자주, 더 큰 금액을 베팅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확산된 ‘마이크로 베팅(micro-betting)’이 중독 위험을 크게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는 경기 결과가 아닌 경기 중 특정 순간—예를 들어 다음 득점 팀이나 투구 속도 등—에 실시간으로 베팅하는 방식이다.

2025년 연구에 따르면 18세 이전 도박 경험이 있는 경우 성인이 되었을 때 문제성 도박에 빠질 위험이 80%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많은 청소년이 비디오게임이나 해외 사이트, 심지어 가족의 도움을 통해 합법 플랫폼까지 이용하며 베팅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의 아동 보호 단체인 Common Sense Media는 최근 도박 광고 규제와 연령 인증 강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단체의 최고경영자 짐 스테이어는 “아이들은 이미 도박을 하고 있고 중독되고 있다”며 “지금 개입하지 않으면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연방대법원 판결 이후 스포츠 도박은 급격히 성장했다.

미국의 합법 스포츠 베팅 규모는 2019년 약 130억 달러에서 지난해 1,600억 달러를 넘어섰다.

특히 경기 중 실시간으로 참여를 유도하는 마이크로 베팅은 중독성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중보건자문연구소의 해리 레반트 박사는 “도박은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지만, 최근 중독이 급증한 것은 인간의 뇌가 변한 것이 아니라 ‘상품 자체가 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인공지능 기반 마이크로 베팅을 금지하고, 입금 한도 제한 및 광고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온라인 스포츠 베팅이 막대한 세수를 창출하고 있어 규제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25년 기준 온라인 스포츠북은 최소 37억 달러의 세수를 기록했다.

업계는 이에 대해 “도박은 어디까지나 오락일 뿐이며 부를 창출하는 수단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박이 이미 사회 전반에 깊이 자리 잡은 만큼 법적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스테이어 CEO는 “부모들은 이제 마약, 알코올, 소셜미디어뿐 아니라 ‘도박’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자녀와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닉은 2022년 11월 마지막 베팅을 한 이후 현재는 회복 단계에 있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도박의 위험성을 알리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내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다른 사람을 돕는 길이라면, 평생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점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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