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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April 9,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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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요금부터 소포까지… 기업들 ‘비용 전가’ 본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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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유가 쇼크가 항공료, 배송비,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도미노 효과’를 일으키면서, 소비자들이 감내해야 할 물가부담은 상당할 것이란 분석이다. [로이터]

물류비용 상승 ‘연쇄효과’
▶ 아마존, 판매자에 추가요금
▶ 수하물 요금 10달러씩 상승
▶ 우정청마저 유류할증료 도입

미국과 이란이 2주간의 전격적인 휴전에 합의하면서 지난 수주간 중동을 전쟁의 포화 속으로 몰아넣었던 총성이 잠시 멈췄다. 국제 유가는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전쟁이 남긴 상흔은 이제 소비자들의 일상으로 고스란히 옮겨붙고 있다.

전쟁으로 인해 급등한 연료 가격과 마비된 공급망의 비용 부담을 기업들이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시작하면서, 물가 상승의 무게가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CNN에 따르면 중동전쟁으로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분야는 하늘길이다. 항공유는 항공사 운영 비용의 약 25%를 차지하는 핵심 요소인데, 아거스 미국 항공유지수(Argus US Jet Fuel Index)에 따르면 전쟁 발발 이후 항공유 가격은 무려 95%나 치솟았다.

유나이티드 항공의 스콧 커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항공유 가격이 3주 만에 두 배 이상 올랐으며, 이 가격이 유지될 경우 연간 11억달러의 추가 지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유나이티드 항공 사상 최고 실적 해의 수익인 50억달러를 두 배 이상 상회하는 수치다.

이러한 천문학적인 비용 부담은 즉각적인 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델타항공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위탁 수하물 요금을 각각 10달러씩 인상해 45달러와 55달러로 책정했다. 제트블루 역시 성수기 기준 위탁 수하물 요금을 최대 49달러까지 올렸으며, 유나이티드 항공 또한 4월 초부터 수하물 추가 요금 부과 대열에 합류했다.

항공사들은 “운영 비용 상승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항변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항공권 가격 외에 부대 비용 지출이 급격히 늘어난 셈이다.

물류 분야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은 이달 말부터 제트피 판매자들에게 3.5%의 ‘연료 및 물류 관련 추가 요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판매자들에게 부과되는 이 비용은 결국 상품 가격 인상이나 할인 혜택 축소로 이어져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공공 서비스의 영역인 미국 우정청(USPS)마저 사상 처음으로 소포에 8%의 유류 할증료를 도입했다는 점이다. USPS는 이 조치가 최소 2027년 초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밝혀, 물류비 부담이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눈에 덜 띄는 방식으로 비용을 전가하는 ‘미묘한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맥킨지의 라훌 샤하니 파트너는 “기업들이 처음에는 배송 효율화를 통해 버티지만, 한계에 다다르면 무료 배송 최소 금액 상향, 포장 크기 축소(슈링크플레이션), 배송 지연 수용 등의 방식으로 비용을 전가한다”고 설명했다. 즉, 눈에 보이는 가격표가 바뀌지 않더라도 소비자가 받는 서비스의 질과 양은 이미 퇴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미국과 이란의 휴전 소식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가격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원유 공급이 정상화되더라도 실제 항공유 가격이 안정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윌리 월시 IATA 사무총장은 “중동의 정유 시설과 기반 시설이 입은 타격이 심각해 이를 복구하고 정상 가동하기까지 수개월이 소요될 것”이라며 “원유 가격이 내려가더라도 항공유 가격은 당분간 고공행진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결국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쏘아 올린 유가 폭탄은 전 세계 공급망을 타고 개인의 가계 경제를 정조준하고 있다. 페덱스 UPS 등 대형 배송업체들은 이미 유가 연동 할증료 시스템을 통해 26%가 넘는 높은 할증료를 부과 중이며, 머스크와 같은 해운 공룡들도 장거리 항로 우회에 따른 추가 비용을 화주와 소비자에게 묻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현재의 상황을 ‘비용 전가의 고착화’ 단계로 진단한다.

<박홍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