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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May 12,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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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교외, 10분마다 150대 쏟아지는 ‘트럭의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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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리엣 교차로에 트럭들이 줄지어 서 있다. 사진=뉴욕타임즈

일리노이 물류창고 급증, 주민 안전 우려 확산
졸리엣 하루 트럭 2만 대 통행… 사고·매연·도로 파손 부담 커져
학교 옆 대형 물류시설까지 추진…“아이들 안전 먼저” 목소리

시카고 남서부 교외지역이 대형 물류창고 중심지로 빠르게 변하면서 주민들의 안전과 생활환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카고에서 남서쪽으로 약 40마일 떨어진 졸리엣(Joliet)과 윌카운티(Will County) 일대는 최근 수십 년 사이 거대한 물류 거점으로 바뀌고 있다. 30여 년 전만 해도 초원과 조용한 주택가가 어우러졌던 이 지역에는 이제 아마존, 아이키아, 월마트, 타깃, 달러트리 등 대형 유통업체의 창고와 세미트럭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졸리엣 인근 53번 도로와 라라웨이 로드(Laraway Road) 교차로는 물류 차량 통행이 집중되는 대표 지점으로 꼽힌다. 평일 오후에도 대형 트럭이 끊임없이 지나가며, 10분 동안 약 150대의 트럭이 통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졸리엣을 지나는 트럭은 하루 평균 약 2만 대에 달하고, 이 가운데 최대 6,400대는 고속도로가 아닌 지역 도로와 주 도로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변화는 온라인 쇼핑과 익일 배송 수요가 커지면서 본격화됐다. 고속도로와 철도망을 갖춘 시카고 외곽은 물류업체와 개발업체에 유리한 입지로 평가됐고, 2000년 이후 시카고 광역권에는 1억4,600만 스퀘어피트가 넘는 창고 공간이 새로 조성됐다. 이는 홈디포(Home Depot) 매장 약 1,400개를 합친 규모와 맞먹는다.

물류산업은 지역 경제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리노이 고용안정부(Illinois Department of Employment Security)에 따르면 2024년 윌카운티에서 창고·운송 분야는 가장 큰 고용 부문으로, 약 3만7천 명이 종사했다. 아마존은 윌카운티 최대 고용주로 꼽힌다. 그러나 주민들은 일자리 증가와 별개로 대형 트럭 통행이 가져온 소음, 매연, 도로 파손, 교통사고 위험이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일리노이주 교통자료를 분석한 결과, 창고 밀집지역 주변 도로의 트럭 관련 사고는 코로나19 이전인 2016~2019년과 비교해 2021~2024년 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반 차량 사고가 줄고, 주 전체 트럭 사고가 큰 변화 없이 유지된 것과 대조된다. 최근 몇 년 동안 이들 지역에서는 트럭 사고로 매년 평균 약 550명이 다치고, 매달 1명꼴로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민들의 불안은 실제 사고를 통해 더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시카고 남서부 맨해튼(Manhattan)에서는 13세 첸스 허니컷(Chance Hunnicutt) 군이 자전거를 타고 도서관으로 가던 중 세미트럭에 치여 숨졌다. 윌카운티에서는 지난해 가을 두 달 사이 최소 7명이 트럭 관련 사고로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가 잦은 80번 고속도로 일부 구간을 주민들이 ‘죽음의 80번 도로(Die 80)’라고 부르는 이유다.

지방정부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졸리엣과 맨해튼 등 일부 지역은 트럭 단속 전담반을 운영하며 무게 제한과 통행 경로 위반 차량을 단속하고 있다. 졸리엣시는 대형 물류 개발과 연계해 트럭이 주거지역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폐쇄형 트럭 전용 노선망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들은 창고 개발과 트럭 통행 증가 속도에 비해 안전 대책은 여전히 늦고 부족하다며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논란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엘우드(Elwood) 지역에서는 유일한 학교 인근에 110만 스퀘어피트 규모의 물류시설이 문을 열 예정이다. 주민들은 물류산업이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아이들이 생활하는 학교와 주거지 주변의 안전이 먼저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빠른 배송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물류 혁신의 이면에는 주민들이 매일 마주하는 대형 트럭의 위험이 놓여 있다. 시카고 교외의 창고 붐이 지역 발전으로 남기 위해서는 실효성 있는 트럭 통제와 도로 안전 대책, 그리고 주민 생활권을 고려한 개발 기준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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