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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May 12,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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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문자” 복원… 초기 신약성서 사본서 사라진 42쪽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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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이미지

6세기 초기 신약성서 사본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코덱스 H(Codex H)’에서 오랫동안 사라졌던 42쪽 분량의 문서가 현대 영상 기술을 통해 복원됐다.

영국 글래스고대학교 연구진은 최근 다중분광 이미징(multispectral imaging) 기술을 활용해 사람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희미한 ‘유령 문자(ghost text)’를 판독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코덱스 H는 정식 명칭이 ‘코덱스 히에로솔리미타누스(Codex Hierosolymitanus)’로, 고대 필사본을 지우고 다시 사용한 ‘팔림프세스트(palimpsest)’ 형태의 문서다. 세월이 흐르면서 원래의 글 위에 다른 글이 덧씌워졌지만, 연구진은 재잉크 작업 과정에서 남겨진 희미한 흔적을 발견하고 복원 작업에 착수했다.

이번 발견은 지난 4월 24일 글래스고대학교가 공식 발표했다.

복원된 문서는 사도 바울의 서신을 필사한 6세기 사본으로, 새로운 성경 구절이 추가로 발견된 것은 아니지만 초기 기독교 문헌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문서는 원래 그리스 아토스산(Mount Athos)의 메기스티 라브라 수도원에서 보관되다가 13세기 무렵 해체됐으며, 이후 여러 장의 문서가 유럽 각지 도서관으로 흩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글래스고대학교가 보관 중이던 일부 조각 문서에서도 이번에 사라졌던 페이지가 확인됐다. 특히 고대 장(章) 구분 목록도 함께 발견됐는데, 이는 오늘날 신약성서의 장 구분 체계와 상당히 다른 형태를 보인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이끈 글래스고대학교 개릭 앨런 교수는 “코덱스 H는 6세기에서 9세기 사이 신약성서 사본이 많지 않은 시기의 중요한 자료”라며 “당시 필경사들이 성경 본문을 어떻게 수정하고 주석을 달았는지를 보여주는 귀중한 증거”라고 말했다.

실제로 코덱스 H에는 70여 건이 넘는 본문 수정 흔적이 남아 있으며, 이후 최소 15명 이상의 독자들이 기도문과 시, 문법 메모 등을 덧붙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번 복원은 중세 시대 문서 보존 과정에서 우연히 남겨진 흔적 덕분에 가능했다”며 “고대 성서 문헌이 어떻게 재사용되고 전승됐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점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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