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법원이 전문직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려는 기업과 기관에 10만 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하려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리처드 스턴스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8일, H-1B 비자 신청과 관련해 고용주에게 10만 달러를 내도록 한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가 의회의 승인 없이 부과된 사실상의 “세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판사는 해당 정책이 대통령 권한을 넘어선 것이며 권력분립 원칙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트럼프 대통령의 포고령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한 주정부들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평가된다. 이들 주정부는 10만 달러 수수료가 공립대학과 병원 등 공공기관의 전문 인력 채용 능력을 훼손했다고 주장해 왔다.
문제가 된 조치는 2025년 9월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포고령에 포함된 것으로, 이후 국무부와 국토안보부가 빠르게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법원은 대통령이 의회의 명확한 승인 없이 이 같은 금전 부담을 부과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대통령이 과세 권한을 행사하려면 의회가 명확히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트럼프 행정부 경제 정책에 또 하나의 법적 타격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의제는 최근 법원 판단과 이란과의 전쟁 여파 속에서 여러 차례 제동이 걸리고 있다. 백악관과 법무부는 판결 직후 별도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H-1B 비자 제도는 현재 형태로는 1990년에 마련됐으며, 기업과 기관이 고숙련 전문직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일반적으로 연간 발급 한도는 8만5천 건이며, 이 가운데 2만 건은 고급 학위 소지자에게 배정된다. 다만 대학과 비영리 연구기관 등은 이 한도 적용을 받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과 지지자들은 H-1B 제도가 미국인 근로자를 우회하거나 해고하고, 더 낮은 임금의 외국인 노동자를 채용하는 방식으로 악용돼 왔다고 주장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포고령에서 “H-1B 프로그램 남용은 미국인들이 과학과 기술 분야 진출을 꺼리게 만들어 미국의 리더십을 위협하는 국가안보 문제”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번 판결은 앞선 유사 사건과는 다른 결론이다. 6개월 전 워싱턴DC 연방법원은 미 상공회의소가 제기한 비슷한 소송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손을 들어주며, 의회가 대통령에게 10만 달러 수수료 부과 권한을 부여했다고 판단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판결은 올해 2월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관세 부과 권한을 제한한 판결이 나오기 전이었다. 스턴스 판사는 이번 판단에서 해당 대법원 판례를 중요한 근거로 삼았다.
<김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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