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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June 16,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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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이민자에 좋은 나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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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 이민서비스국(USCIS) 뉴욕 지부 모습. [로이터]

AAPI 데이터 여론조사
▶ 한인 등 아시아계 절반
▶ “신분증 휴대·여행 취소 동선 변경 일상화” 호소

LA 다운타운에 거주하는 영주권자 명모씨는 최근 한국에서 형제의 사망 소식을 접했지만 끝내 출국하지 못했다. 과거 음주운전(DUI) 적발 이력이 있는 상황에서 출입국 심사와 이민 단속이 강화되자 재입국이 거부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했기 때문이다. 명씨는 “이민 변호사에게 문의해보니 문제는 없다고 하지만 현지의 뒤숭숭한 분위기를 무시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이 장기화되면서 미국 내 아시아·태평양계(AAPI) 주민 2명 중 1명이 일상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단속 강화의 여파는 남가주 한인사회로도 이어지며, 합법적인 체류 신분을 가진 이들조차 신분증을 상시 휴대하거나 고국 방문 계획을 바꾸는 등 구체적인 생활 변화로 나타나고 있다.

체류 신분을 취득 중이거나 취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들의 긴장감은 더 크다. 몬테벨로에 거주하는 신혜정(34)씨는 외출 시 운전면허증 외에 항상 영주권 카드를 지갑에 넣어 다닌다. 한국에서 시민권자 남편을 만나 미국 생활을 시작한 그는 영주권 취득 전에는 적발 우려로 외출 자체를 자제하기도 했다. 신씨는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이 언제 단속할지 몰라 분실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영주권을 항상 휴대한다”며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거주하고 있음에도 단속 분위기 때문에 죄를 짓는 듯 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한인 사회의 변화는 최근 발표된 미국 내 아시아계 전체 여론조사 결과와도 맞닿아 있다. AP 통신과 시카고대학 여론연구센터(NORC), 아시안아메리칸 데이터 연구소(AAPI 데이터)가 공동 실시해 발표한 최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아시아·태평양계 성인의 약 절반(50%)이 지난 1년간 자신 또는 주변 인물이 체류 신분증명서나 시민권 증명서를 상시 휴대하기 시작했거나, 출입국 및 여행 계획을 변경했으며, 단속을 의식해 일상적인 동선을 바꿨다고 답했다. 한인사회가 겪는 일상적 제약이 미국 내 아시아계 전반으로 확산된 보편적 현상임이 수치로 증명된 셈이다.

조사에 따르면 1년 넘게 이어진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적인 이민 단속 여파로 인해 아시아계 성인 10명 중 6명(60%)은 “미국이 과거에는 이민자에게 좋은 나라였으나 지금은 더 이상 아니다”고 응답했다.

미국이 여전히 이민자에게 좋은 기회의 땅이라고 답한 비율은 30%에 그쳤다. 카틱 라마크리슈난 AAPI 데이터 소장은 “미국에서 수십 년간 거주해 온 이들조차 미국이 더 이상 최선의 국가인지 확신하지 못한다는 것은 심각한 경고 신호”라고 분석했다.

실제 연방법원에서는 일부 이민 정책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이달 초 연방법원은 특정 비자 수수료를 인상하려던 행정부의 조치에 제동을 걸었으며, 아시아를 포함한 39개국 출신 이민자들의 영주권·시민권 심사를 일괄적으로 보류하도록 한 정책에 대해서도 위법 판단을 내렸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AP 통신은 올해 미국 건국 250주년을 맞는 상황에서도 이에 대한 복잡한 심경이 나타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배타적인 이민 정책의 여파로 아시아계 주민들이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44%)보다 자신들의 혈통과 출신 국가에 대한 정체성(50%)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결과도 나왔다. 미국에서 출생한 아시아계 2세들조차 59%가 출신국의 문화적 배경을 개인 정체성의 핵심으로 꼽은 것이다.

<황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