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위한 결단 저울질…이란 “중동 美기지에 보복” 저항의지
친이란 후티, 사우디 수도 공격…이란, 중재국 통해 외교노력
美·이란 유엔총회 동석…중동위기 가늠할 정상외교 여부 주목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중동에 다시금 무력 충돌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제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폭스뉴스 기자와 통화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 그 나라 전체를 날려버릴지가 문제”라면서 “그들은 처신을 잘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관련해 결정을 하는 단계라면서 “아주 큰 일이 머지않은 미래에 일어날 것”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그는 가능한 선택지로 이란을 경제적으로 고사시키는 것, 합의를 이루는 것도 함께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궤멸전까지 포함한 미국의 선택지 저울질에 이란은 굴하지 않겠다며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이란군을 통합지휘하는 중앙군사본부는 성명을 통해 “미국이 다시 한번 이란에 대한 행동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며 역내 국가들에 동조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한발 더 나아가 미국이 실제로 공격을 감행할 경우 중동 내 모든 미군 기지가 보복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측은 보복 범위가 인도양의 미 해군 전력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국무부는 중동에 머무는 미국 국민을 대상으로 새로운 보안 경보를 발령하고 “예측하지 못한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말에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 방문 일정을 예정보다 일찍 마치고 백악관으로 돌아왔다.
올해 2월 28일 개전 이후 여러 차례 반복된 공격과 보복, 재보복의 패턴이 다시 나타날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 같은 긴장 고조는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가 사우디아라비아를 공격해 수도 리야드에서 석유탱크에 불이 나고 항공편 결항이 속출하는 등 혼란이 빚어진 가운데 발생했다.
후티는 최근 홍해 연안의 전략적 항구와 지역을 장악하면서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에 대한 영향력도 확대하고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고 있는 상황에서 바브엘만데브까지 불안정해지면서 중동의 원유 공급망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두 차례나 직접 후티 공습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란 전쟁으로 이미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 예멘에 군사력을 추가로 투입하는 데 신중한 입장이다.
![19일 사우디 리야드 킹 칼리드 국제공항의 연료 저장고 쪽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9.yna.co.kr/photo/reuters/2026/09/19/PRU20260919238301009_P4.jpg)
이란은 미국과의 전쟁 확대를 예고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외교적 해결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은 알자지라와 인터뷰에서 미국과 전쟁 종식을 목표로 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모든 전선에서의 전쟁 종식, 이란 동결 자금 해제, 해상 봉쇄 해제 등 조건을 중재국을 통해 미국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이 지난 6월 체결했다가 유명무실화한 종전 양해각서(MOU)의 불씨를 되살릴 의도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사우디가 후티의 공격을 받으면서 사우디와 튀르키예, 파키스탄이 지난달 체결한 ‘메카 공동 방위협정’도 시험대에 올랐다.
이 협정은 3국 가운데 한 국가가 무력 공격을 받을 경우 이를 3국 모두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튀르키예와 파키스탄은 아직 실제 전투 개입에는 선을 그으면서 외교적 해결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사우디와 후티 간 충돌이 격해질 경우 두 나라의 참전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역내 긴장이 최고조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
호르무즈에 이어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세계적인 에너지 공급망에 이중 충격이 가해지면서 국제 유가는 요동치고 있다.
다만 한국시간으로 21일 오전 기준으로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사우디 원유 수출 회복 가능성이 주목받으면서 브렌트유는 2.4% 하락한 배럴당 101.4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3% 하락한 배럴당 94.83달러에 거래됐다.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오는 22일부터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제81차 유엔총회가 주목받는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모두 이 유엔총회에 참석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페제시키안 대통령과의 회동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이란은 그동안 주로 중재국을 통해 미국과 접촉해왔으며, 이번에도 미국과의 직접 협상에는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간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등 걸프 지역 국가들 정상들과도 만날 예정이다.
결국 이번 유엔총회는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부터 이란이 다시금 내세운 종전 조건, 후티의 사우디 공격, 튀르키예·파키스탄의 사우디 지원 가능성까지 중동 위기의 향방을 가늠할 외교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