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3일, 세종의 아침은 무겁게 가라앉은 잿빛 구름과 함께 시작되었다. 밤새도록 차가운 대지를 적시던 가을비가 주룩주룩 창문을 때리며 계절의 깊이를 알리더니, 세종시청에 당도할 즈음에는 거짓말처럼 빗줄기가 멎었다. 먹구름이 걷힌 자리에는 투명한 하늘이 열렸고 빗물을 머금은 금강의 은빛 물비늘이 눈부시게 부서져 내렸다.
시청 건물 위에는 법무부, 성평등가족부와 공소청, 중수청, 경찰청 세종시 이전을 알리는 현수막들이 청명한 가을바람에 힘차게 펄럭이고 있었다. 거기에다 인터뷰가 끝날 즈음 들려온 뉴스 속보는 마치 이 현수막들의 외침에 응답하는 듯했다. 2027년부터 2031년까지 무려 44개의 정부 기관이 세종시로 모두 완전 이전한다는 가슴 벅찬 발표. 아침의 차가운 빗줄기가 걷힌 뒤 열린 눈부신 하늘처럼, 미완의 캔버스 위에 진정한 행정수도의 청사진이 마침내 선명한 색채를 띠기 시작한 운명적인 순간이었다.
그 역동적인 풍경 한가운데서, 취임 100일을 막 넘긴 제5대 조상호 세종시장의 얼굴은 환한 빛을 머금고 있었다. 단정한 옷매무새를 갖춘 그의 모습은 거친 비바람을 견뎌내고 묵묵히 뿌리를 내린 단단한 거목을 닮아 있었다. 낙선의 뼈아픈 시간을 딛고 다시 일어나 세종의 지휘봉을 잡은 그의 눈빛에는 가을볕 같은 넉넉함과 굽히지 않는 강인함이 동시에 일렁였다. 시카고 한국일보 특파원의 시선으로 마주한 세종의 하루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박동하고 있었다.
새벽 5시의 어스름을 깨우며, 20년 묵은 갈증을 달래는 첫걸음
조상호의 하루는 남들보다 일찍 시작된다. 동이 트기 전, 어스름이 깔린 새벽 5시면 어김없이 눈을 뜨고 세종시의 지도를 머릿속에 그린다. 그 지독한 부지런함의 이면에는 지난 20여 년간 지지부진하게 겉돌았던 세종시의 해묵은 과제들에 대한 무거운 부채 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시민들의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바닥 민심을 다졌던 야인 시절, 그는 팍팍해진 살림살이와 끝없는 기다림에 지친 시민들의 표정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목격했다. 그 절박함은 취임 첫날의 행보에서 여실히 증명되었다. 첫 집무실에 들어서자마자 그가 펜을 든 것은 거창한 정치적 수사가 담긴 선언문이 아닌, 시민의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된 굵직한 투자 유치 결재 서류였다. 당초 3,500억 원 수준이었던 ㈜아성다이소의 투자 규모를 5,500억 원으로 과감하게 끌어올리고, 700명이었던 고용 창출 규모를 1,000명으로 확대해 낸 것은 단순한 숫자의 놀음이 아니다.
“7월 1일 시청 집무실에 들어와 취임 선서를 하러 가기 전, 가장 먼저 대규모 물류거점 투자 유치를 확정 짓는 결재 서류에 서명했습니다.”
그것은 세종시가 조용한 공무원들의 베드타운이라는 낡은 한계를 단숨에 깨부수고, 기업의 거친 숨결이 요동치는 거대한 자족 경제 도시로 나아가겠다는 웅장한 출사표였다. 공식적인 업무가 시작되기도 전에 쏘아 올린 이 통쾌한 축포에 사방에서 찬사가 쏟아졌지만, 그는 오히려 옷깃을 더욱 단단히 여민다.
“하루에 20개가 넘는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20년이 넘은 세종시의 숙원사업을 해결하려니 아직은 힘든 줄도 잘 모르겠습니다.”
20년 묵은 체증을 하나씩 씻어내며 시민의 삶에 꽉 찬 효능감을 선사하는 일. 그것이야말로 조상호가 살인적인 일정을 가뿐히 견뎌내는 원동력이자, 그가 꿈꾸는 행정의 진짜 본질이다.
여의도의 시간을 세종의 공간으로 가져오다
대화의 물줄기는 자연스레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이라는 국가적 과업으로 흘러갔다. 태평양 건너 미주 한인 동포사회에서도 고국의 균형 발전과 직결된 이 사안에 비상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회가 세종으로 내려온다는 것은 육중한 콘크리트 건물의 이전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수십 년간 고착화되었던 대한민국의 굽은 정치 지형을 펴고, 수도권 중심의 낡은 패러다임을 혁파하는 역사적 변곡점이다. 이 대목에서 실무형 전략가로 불리는 조 시장의 턱선에 단단한 힘이 들어갔다.
“이제 여의도 중심의 낡은 시계를 세종의 새로운 공간으로 완전히 맞춰야 할 때입니다.”
입법부가 세종에 둥지를 튼다는 것은 곧 대한민국의 새로운 두뇌가 이곳에서 온전하게 작동하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그는 단순한 부지 조성을 넘어, 정치와 행정이 유기적으로 융합될 수 있는 교통망과 정주 여건, 그리고 무엇보다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타협과 상생의 문화라는 소프트웨어적 기반을 다지는 데 시정의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고 역설했다.
완성된 심장, 그 벅찬 박동을 잉태하다
세종시를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심장으로 빚어내는 화룡점정은 역시 ‘대통령 세종집무실’의 설치다. 조 시장은 과거 정무·경제부시장으로 재직하며 국정과 행정이 이원화되어 발생하는 행정 공백과 국가적 비효율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체감했던 인물이다.
“세종의 땅에서 대통령과 장관, 국회의원들이 한데 모여 머리를 맞대고 국가의 먼 미래를 치열하게 논의하는 장면. 그것이 결코 환상이 아닌, 머지않아 우리가 마주할 진짜 수도 세종의 일상입니다.”
그의 단단한 어조 속에는 짙은 확신이 배어 있었다. 대통령 집무실이 이곳에 안착하는 그 날, 세종시는 오랜 시간 달고 있던 미완이라는 무거운 꼬리표를 마침내 끊어내고, 완성된 심장으로 힘차게 박동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중앙부처와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가동하며, 집무실이 들어설 상징적 공간과 그에 걸맞은 품격 있는 행정적 인프라를 치밀하게 조율하고 있다. 시민들의 기대감으로 달게 닳아가는 세종의 땅 위에서, 조상호라는 리더는 가장 고독하지만 가장 가슴 벅찬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되어 온몸으로 역사의 선율을 이끌고 있었다.
‘골목의 온기’를 덥히고 ‘80만 자족도시’의 돛을 올리다
시장의 시선은 거대한 국가적 담론의 구름 위에만 머물지 않았다. 창공을 향하던 그의 눈길이 조용히 내려앉은 곳은, 해 질 녘 고단한 하루를 기대고 선 소박한 시민들의 밥상머리와 후미진 골목길을 밝히는 작은 상점들의 낡은 간판이었다. 취임 전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그가 가장 뜨겁게 가슴에 품고 놓지 않았던 화두는 다름 아닌 ‘민생’, 그리고 지역의 핏줄을 돌게 하는 ‘여민전’이었다.
“팍팍한 살림살이 속에서 여민전은 그저 쓰이고 사라지는 단순한 지역 화폐가 아닙니다. 그것은 쓰러져가는 이웃의 가게를 살려내고, 우리 공동체의 차가워진 체온을 다정하게 끌어올리는 따뜻한 혈액과도 같습니다.”
그의 묵직한 음성에는 시민의 삶을 지켜내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배어 있었다. 얄팍해진 지방 재정의 매서운 한파 속에서도 그는 서민들의 밥상 물가를 방어하고 골목 상권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차가운 통계표와 숫자의 나열이 아닌, 사람의 짙은 냄새와 온기를 품은 행정. 그것이 조상호가 빚어내는 세종의 진짜 온도였다.
나아가 그는 ‘공무원들의 정적인 도시’라는 오래된 굴레를 과감히 벗어던지고, ‘2030년 인구 80만 자족 경제 도시’라는 거대한 범선의 돛을 세차게 끌어올리고 있다. 그가 그리는 세종의 내일은 단순히 아파트가 늘어나고 인구가 증가하는 맹목적인 양적 팽창이 결코 아니다.
“혁신 기업의 거친 심장 소리가 도시 곳곳에서 요동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청년들의 거침없는 발걸음이 거리를 가득 채우는 곳. 외부의 수혈 없이도 스스로 벅차게 호흡하며 성장하는 진짜 생태계를 만들어야만 합니다.”
‘새로운 생각’의 불씨를 남기고 ‘지속 가능한 연대’를 꿈꾸다
시장의 시선이 잠시 과거의 치열했던 시간으로 향했다. 그가 야인 시절 창립했던 ‘새로운 생각 연구소’는 단순한 정치적 베이스캠프가 아니었다.
“시장에 취임하면서 부득이하게 이사장직을 내려놓았습니다. 제가 없으면 연구소가 다소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인간적인 걱정도 듭니다.”
그의 솔직한 고백 속에는 권력의 정점에 섰음에도 여전히 광장의 시민들과 호흡하고 싶어 하는 지식인의 고뇌가 묻어났다. 비록 몸은 시청 집무실에 매여 있지만, 그가 지펴놓은 ‘새로운 생각’의 불씨는 세종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속에서 여전히 뜨겁게 타오르기를, 그래서 그가 퇴임한 훗날에도 든든한 정책의 요람으로 남아주기를 그는 간절히 소망하고 있었다.
‘시카고의 추억’을 품고 ‘글로벌 세종’의 내일을 그리다
인터뷰가 막바지에 접어들 무렵, 태평양 건너 시카고 한인 동포들을 향한 인사를 부탁하자 그의 얼굴에 각별하고도 따뜻한 미소가 번졌다. 시카고는 그에게 단순한 외국의 대도시가 아니었다.
“제 아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시카고로 이민을 가 오랜 세월 간호사로 헌신했습니다. 저 역시 2016년 무렵 그곳에서 1년 가까이 머물렀던 각별한 인연이 있지요. 장모님을 비롯한 처가 식구들이 여전히 그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갑니다.”
개인적인 애정을 넘어, 그는 글로벌 명품 도시로 도약하는 세종의 미래 파트너로서 시카고를 묵직하게 주목하고 있었다. 미국의 3대 도시로서 깊은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는 시카고의 역동성, ‘테이스트 오브 시카고’ 같은 훌륭한 문화적 자산, 그리고 첨단 비즈니스 산업까지. 그는 조국의 심장으로 성장한 세종시가 훗날 시카고와 끈끈한 교류를 맺고,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문화적·경제적 연대의 튼튼한 다리를 놓겠다는 벅찬 포부를 숨기지 않았다.
가장 고독한 순간, 밤하늘의 북극성을 우러르다
시정의 최고 책임자라는 자리는 화려한 조명 뒤에 짙은 그림자를 숨기고 있는 법이다. 오랜 보좌관 생활과 부시장을 거치며 참모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던 그였지만, 이제는 모든 비바람을 맨 앞에서 온몸으로 맞아야 하는 선장의 운명을 짊어졌다. 결단의 순간마다 찾아오는 뼈저린 고독에 대해 묻자, 조상호 시장의 깊은 눈매가 잠시 허공을 향했다.
“참모 시절에는 쏟아지는 비를 우산으로 막아주는 역할이었다면, 이제는 그 비를 기꺼이 맞으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리켜야 합니다. 밤이 깊을수록 길을 잃기 쉽지요. 그럴 때마다 저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를, 그리고 제가 야인 시절 시민들과 부대끼며 세웠던 낡은 수첩 속의 첫 마음을 꺼내어 봅니다.”
그는 흔들리는 배 위에서 중심을 잡기 위해 밤하늘의 북극성을 찾듯, 오직 ‘시민’이라는 단 하나의 변치 않는 이정표를 바라본다고 했다. 거센 풍랑 속에서도 타협하지 않고 묵묵히 노를 젓게 만드는 힘. 그것은 개인의 영달이 아닌, 이 도시에서 숨 쉬고 살아갈 다음 세대를 향한 뜨거운 부채 의식이었다. 그는 현재 40만 시민과 함께 향후 80만 세종시를 위해 가장 깊게 고민하고 있었다.
‘쓸모 있는 머슴’을 자처하며 ‘참 좋았던 시대’를 약속하다
훗날 세종 시민들의 기억 속에 ‘조상호’라는 이름 세 글자가 어떤 향기로 남기를 바라는지 물었다. 거창한 수식어나 역사적인 위업을 내세울 법도 한데, 그의 입에서 나온 단어는 지나칠 정도로 소박하고 진실했다.
“선거 과정에서 줄곧 시민들에게 약속했습니다. 행정수도 완성, 자족 기능 확충, 그리고 시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땀 흘리는 ‘쓸모 있는 머슴’이 되겠다고 말입니다.”
그는 자신을 한없이 낮추며 오직 시민의 일상을 위해 복무하겠다는 다짐을 거듭 새겼다. 나아가 그가 진짜 꿈꾸는 묘비명 같은 찬사는 따로 있었다.
“특정 개인으로 기억되기보다는, ‘조상호가 시장으로 있던 그 시대가 참 좋았다’, ‘희망이 솟아나고 좋은 일들이 참 많았던 시절이었다’라고 시민들이 회고해 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습니다.”
‘거대한 심장’의 고동 소리, ‘미완의 캔버스’에 색을 채우다
인터뷰를 마치고 시청사를 나서는 길, 금강 둔치를 따라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왔다. 길가에 늘어선 어린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단단히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조상호 시장과의 대화는 한 편의 장엄하고도 뭉클한 서사시였다. 그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상처를 껴안으며, 세종이라는 미완의 캔버스 위에 ‘시민의 행복’이라는 짙은 색채를 덧칠해 가는 듬직하고 정직한 화가였다.
여의도의 낡은 시계를 멈추고 세종의 새로운 심장 박동을 만들어가는 그의 묵직한 발걸음. 그 걸음이 닿는 곳마다 80만 자족도시라는 희망의 씨앗이 푸르게 싹을 틔울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태평양 건너 시카고에서도 이 맑고 역동적인 청년 도시의 숨결이 선명하게 가닿기를 기원한다. 쓸모 있는 머슴, 조상호가 굵은 땀방울로 정성껏 빚어내는 세종시의 내일은 이 투명한 가을 하늘의 깊이만큼이나 눈부시게 익어가고 있었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장
시인/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