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온라인 교육의 실태: 원맨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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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임(위스콘신대 교수/유아교육학 박사)

 

지금 많은 아이들이 갈 길을 잃고 있다! 학부모도 교사도 마찬가지 상황에 놓여 있다. 왜냐하면 거의 두 학기에 걸쳐서 이루어진 온라인 교육으로 인한 문제점들이 하나 둘씩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학교들은 2020년 봄부터 각종 전자 매체를 기반으로 비대면 학습과 랜선 수업, 소셜 미디어를 이용한 교수 전달 방식들에 의존했다. 학생들은 저마다 각자의 집에 고립되어 혼자 스크린을 쳐다보면서 학습에 임했던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여파로 인해서 수많은 학생들이 학습성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아이들의 사회 정서적 발달에도 명백하게 지장을 초래했음이 분명하다. 이는 유치원생부터 대학생들 모두에게 일어난 현상이다.

그렇다면 온라인 교육의 실태와 부작용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지면의 제약상 온라인 교육이 낳은 현상들을 다 지적할 수는 없지만, 다섯 가지 정도로 간추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온라인 수업의 특성상 ‘자기지도학습(self-guided learning)’이 잘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자기지도학습’을 위해서는 내적 동기에서 우러나는 학습 의욕과 근면한 탐구심과 호기심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하지만 모든 학생이 이런 학습자세와 태도를 갖고 공부에 임하지 않는다. 자녀를 키워본 부모나 학생을 지도하는 교사라면 누구나 알 수 있듯이 아이들마다 동기부여의 정도에 차이가 난다. 어떤 아이는 스스로 알아서 하지만 어떤 아이는 성인이나 또래 친구들로부터 자극을 받고 외적 동기부여가 수반되어야 한다. 그런데 자신이 주도적으로 임해야 하는 온라인 수업은 더 말할 나위도 없는 것이다. 내적 동기화가 잘 이루어진 학생들, 혹은 상위권의 학생들은 꾸준히 알아서 공부해 나갈 수 있다. 반면에 중하위권 학생들, ‘무엇’을 ‘왜’ ‘어떻게’ 공부할지 잘 모르는 학생들이 상당한 어려움을 갖는 것은 자명하다.

둘째, 온라인 수업이 잘 이루어지려면 각종 전자 매체, 인터넷 접속 상태, 학습공간을 포함하여 제반 시설을 골고루 갖추어야 한다. 우선 카메라와 음량 상태가 좋은 컴퓨터가 있어야 하고, 질 좋고 빠른 인터넷 접속이 가능해야 하며, 집중할 수 있도록 산만하지 않고 조용하며 쾌적한 공부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 그러나 지역마다 가정마다 그 조건이 다르다. 물론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아이패드를 나누어 주고 가상프로그램을 공급하는 등 각종 노력을 하기도 하지만 사회경제적 지위에서 비롯되는 격차를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오히려 온라인 교육방법이 기존의 격차만 더 벌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셋째, 특수교육이 필요한 아이들이 처한 상황을 들 수 있다. 지적장애아나 신체장애아를 비롯하여 개별화된 교육계획(Individualized Education Plan)에 따라서 보다 구체적으로 중재 교육이 절실하게 필요한 아이들의 목전에 닥친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이 아이들의 경우, 일상생활과 인지행동의 지도와 교육이 규칙적으로, 또 단계별로 이루어져야 한다. 게다가 전문가의 지식과 기술이 특히 도움이 된다. 그런데 집에서 부모가 알아서 감당하기를 바란다는 것은 이미 그 자체로 역부족이라 하겠다.

넷째, 이민자의 자녀들을 포함하여 영어를 모국어가 아니라 제2언어로 배우는 아이들이다. 언어란 또래 친구들과 함께 말을 주고받고 놀고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모방과 연습을 통해서 익히는 법이다. 실용언어는 특히 그렇게 배운다. 그런데 영어를 잘 못하는 부모와 집에 혼자 고립되어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효율적으로, 그리고 제대로 배우겠는가?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가족 구성원, 특히 부모의 (전문적인) 교육수준이다. 요즘처럼 부모가 교사의 역할까지 도맡아야 하는 상황에서, 엄마 아빠가 수학을 좋아하는 데다 능하기까지 해서 자녀에게 그때그때 학습지도를 해줄 수 있으면 참 다행이다. 아니면 형 또는 누나, 혹은 친척 중 누군가가 정수가 무엇인지 방정식은 어떻게 푸는지 친절하게 가르쳐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일반적인 현상이 아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아이들은 온라인 교육 때문에 소중한 학습시간을 잃고 있다. 특히 수학에서 더욱 그렇다. 이를 대변이라도 하듯,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낸 자료에 따르면, 3월에 학교가 온라인 수업으로 이행한 후에 평균적으로 아이들이 읽기보다 수학 학습시간을 더 많이 놓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학생들도 온라인으로 수학수업을 따라가기가 힘들어 나중에 대면수업으로 듣겠다고 하는 마당이다. 하물며 초등학생, 나아가 중고등학생의 경우는 어떻겠는가?

지금까지 온라인 교육의 실태와 속성에 따른 문제점들을 지적해 보았다. 이제 우리 아이들이 놓친 소중한 학습시간과 기회들을 만회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 생각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하루빨리 학생들이 제대로 교육받을 수 있게 다양한 대책들을 마련하도록 더욱더 심혈을 기울여야 할 때다. 나도 대학교 수업을 3월부터 12월까지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그런데 학생들이 카메라를 끄고 수업을 들어도, 사생활 보호라는 이유로 카메라를 키라고 말하기가 참 곤란스러웠다. 때로는 깜깜한 화면 앞에서 강의하고 있는 내모습에 우울하기도 했다. 이번 학기는 정말로 학생들 얼굴도 이름도 제대로 모른 채 이루어진 ‘원맨쇼(one-man show)’ 수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