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요리칼럼] 서정아의 건강밥상 “타로들깨죽”

30

서정아(요리연구가/시카고)

 

가을비가 내린다. 가을비는 조용히 내려 마음을 적시고 촉촉히 젖은 기억 속엔 어릴 적 추억이 떠올라 살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한여름 갑자기 내리는 소낙비를 가려주던 토란잎 우산 아래 옹기종기 모여 앉은 꼬맹이들. 주룩주룩 내리는 비가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친구들과 떠는 수다에 정신이 팔려 어느새 비가 그친 것도 잊고 노을 빛 담긴 빗방울이 또르르 굴러 흙 묻은 신발 위에 떨어질 때 쯤에야 자리를 털고 일어나곤 했다. 토란잎 우산대 밑으로는 아이들의 비밀 이야기를 들으며 알알이 영글어가는 토란이 그득했다. 토실토실 자란 토란은 촉촉한 가을비를 맞는 이맘때 쯤이면 동네 어르신들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마음씨 착한 옆집 할머니는 찌그러진 양푼그릇에 대충 털어낸 흙 묻은 귀한 토란을 담아 살짝 건네 주셨다.

 

토란은 말 그대로 ‘흙의 알’, ‘땅에서 나는 달걀’이다. 지금은 많이 사라진 전통음식이지만 늦여름에 지친 몸을 위한 대표적인 추석 음식이었다. 체력이 고갈된 몸에 질 좋은 탄수화물을 공급해 줄 뿐 아니라 알칼리성 식품으로 원기회복에 좋은 식물성 강장제이다.

 

타로는 뿌리식품으로 한국 토란 크기의 약 20배 정도의 크기로 ‘왕토란’이라 불린다. 집 주변 채소를 파는 어느 곳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흔한 식재료이지만 가진 영양성분은 평범하지 않다. 천연 멜라토닌이 담겨 있어 숙면은 물론 면역력을 높여주고 피부미용과 노화방지에 도움을 주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고 혈관 속 노폐물을 배출시키는 기능을 하며 혈당지수가 낮고 칼로리가 적다. 특히 항산화 효능이 큰 셀레늄이 풍부해 미래의 식량자원이면서 건강식으로 기대를 받고 있는 식재료이다. 타로의 미끈거리는 성분인 무틴이라는 당과 단백질의 복합체는 간장이나 신장을 튼튼히 해주고 단백질 소화를 촉진시켜 세포를 활성화시키는 이로운 성분이다.

 

타로는 감자와 고구마처럼 찌거나 구어 포실포실하면서도 미끈한 느낌의 식감을 즐기거나 밥할 때 적당한 크기로 잘라 넣어 먹어도 좋고, 카레에 넣어 부드럽게 먹거나 맛 탕, 국, 조림, 부침 등의 요리에 사용할 수 있다. 간단하게는 얇게 썰어 400도 오븐에 구어 타로칩으로 먹어도 좋다. 이 외에 현재 타로파이, 타로아이스크림, 타로버블티 등으로 만들어져 세계 각지에서 사랑받고 있는 식재료이다.

 

타로들깨죽은 찹쌀과 맵쌀을 반씩 섞은 현미를 하룻밤 물에 불려 타로와 함께 다시마 우린 물을 넣어가며 믹서에 간다. 원하는 굵기로 갈은 현미를 다시마 물을 넉넉히 부어 끓인 후 들깨가루와 견과류 가루를 넣어 낸다. 타로들깨죽은 어르신들의 보양식으로 또 잦은 건망증과 불면증으로 피로해진 여성들에게 권할만한 건강밥상이다.

 

가을비가 촉촉히 내리는 오늘 따뜻한 타로들깨죽으로 아침을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타로들깨죽

 

재료

타로(Taro) 1컵, 현미 1컵, 들깨가루 반 컵, 견과류가루 3큰술(호두, 땅콩, 아몬드 등), 다시마 약간, 소금 약간

 

만드는 방법

  1. 현미는 하룻밤 불린다.
  2. 찬물에 다시마를 넣어 다시마 우린 물을 넉넉히 준비한다.
  3. 불린 현미와 타로를 다시마물 1컵과 함께 믹서로 원하는 굵기만큼 간다.
  4. 분량의 5배의 다시마물을 넣고 죽을 끓인다.
  5. 불을 끄고 들깨가루와 견과류가루를 넣고 소금간 한다.

 

서정아의 건강밥상 요리교실

문의ssyj20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