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김의 영화세상] 나잇메어 앨리 (Nightmare Alley 20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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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멕시코 출신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의 환상적이고 기괴하며 강렬한 영화의

팬이다. 마치 인상파화가의 작품속에 들어간 것처럼 화려하고 몽환적인 색채감과 유려한 음악은 영화를 보는 동안 완벽하게 현실을 잊게 만든다.

그에게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가져다 준 2017년작 “물의 모양”

(The Shape of Water)은  인간과 양서류 남자의 파격적이고 지순한 사랑으로

오래 감동으로 남았다.  그가 오스카 수상자나 후보였던 쟁쟁한 여덟명의 배우들과 함께 작업한 신작이 상영중이다. ‘윌리엄 린지 그레샴’의 1946년 소설을 영화화한 범죄 심리 스릴러물인데 야심과 속임수와 배신이 펼쳐지며 탐욕으로 결국 파멸하는 한 남자의 비상과 추락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스탠’(브래들리 쿠퍼)은 늙은 아버지가 죽자 살던 집을 태우고 순회 공연중인 카니발에 일꾼으로 합류한다. 말없이 일만 하는 스탠을 눈여겨 본 카니발 사장 ‘클렘’(위리엄 데포)은 허접한 외모로 생닭을 이빨로 물어뜯는 기괴한 행동으로 관객들을 흥분시키는  ‘ 카니발 긱’이 병들어 쓸모가 없어지자 처분하는 일을 시킨다. 교활한 사장은 알콜중독 부랑자들을 골라 임시직을 준다고 유혹해서 술에 몰핀을 타서 의존하게 만들어 노예처럼 부리다가 병들면 내다 버리고 이익을 취해왔다. 스탠은 관객의 물건으로 그들의 과거나 죽은 자들과의 관계를 읽어주는  심령술사 ‘마담 지나’와 그의 남편 ‘피트’와 친해진다. 지나, 피트 부부는  피트가 개발한 코드를 사용한 ‘콜드 리딩’으로 그들이 죽은 자와 대화도 한다고 믿게 만들어 유명해졌는데 쇼가 끝나면 관객들에게 속임수였음을 밝혀 혼돈이 없게 해왔다. 영리한 스탠은 피트에게

코드와 콜드 리딩을 배우고 지나와 공연을 한다. 스탠은 전기 충격 쇼를 하는 아름다운 ‘몰리’(루니 마라)를 좋아하게 된다. 피트는 스탠이 실수로 건네 준 독성이 있는 알콜을 마시고 사망한다. 스탠은 몰리에게 카니발을 떠나 도시에서 둘이 새로운 쇼를 하자고 제안한다.  2년후, 스탠과 몰리는 피트와 지나의 테크닉을 사용해 뉴욕에서 성공하고 유명해진다.

 

어느 저녁 쇼에서 스탠의 방법을 유심히 본 정신과 의사 ‘리터’(케이트 블랜칫)는 이의를 제기하고 스탠의 기지로 무사히 넘긴다. 아름답고 매력적인 리터는 뉴욕의 부자들을 고객으로 삼고 있는데 스탠은 그녀에게 동업을 제안한다. 그녀의 도움으로 부자 고객의 정보를 미리 알아낸 후 그들의 죽은 아들을 불러내는 등의 수법으로 많은 돈을 챙긴다. 몰리는 비윤리적이라고 반대하는데 스탠은 암흑가의 거물 ‘에즈라’의 청탁을 받는다. 에즈라는 과거 그의 애인을 원치않는 중절수술을 강요해서 죽게 만든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는 인물. 리터는 그가 위험하다고 경고하지만 일확천금의 기회라고 여긴 스탠은 에즈라에게 몰리를 죽은 애인의 환생으로 조작한다. 하지만 몰리의 자백으로 속임수가 들어나고 격분한 에즈라와 몸싸움하던 중 그를 죽인다.  몰리는 변심한 스탠을 떠나고 부상당한 스탠은 리터를 찾아간다. 리터는 모든 돈을 챙기고 그를 경찰에 신고한다. 도망자가 된 스탠은 순회 공연 카니발에 찾아가 일거리를 부탁하는데 사장은 과거 클렘과 똑같은 수법으로 ‘카니발 긱’ 역을 제안한다.

주인공 스탠의 울퉁불퉁한 여정을 따라가며 복잡하고 쓸쓸하고 추악한

인간 내면을 들여다 본다. 브래들리 쿠퍼는 처음부터 끝까지 노련한 배우들과 깊이있고 다양하게 감정을 주고 받는다. 마지막에  후회와 자조가 섞인 표정으로 미친듯이 웃다가 흐느끼는 씬이 강렬하고 아프다. 미술과 의상, 소품들이 훌륭하고 불안하고 날 선 음악도 뛰어나다.  극장에서 큰 스크린으로 볼것을 추천한다.